대구 북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모습. <영남일보DB>
지난 27일 자정 무렵 대구 북구 신암초등학교 앞 왕복 4차선 도로. 보행자가 한 명도 없는 정막한 거리지만, 노면 위 '30'이라는 붉은색 글씨와 단속 카메라의 눈초리는 여전히 가동 중이다. 지나가던 택시 한 대가 브레이크를 밟으며 속도를 줄이자 뒤따르던 차량들도 줄줄이 서행하기 시작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 씨(54)는 "심야 시간에 차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여기서 30km로 기어가는 게 맞나 싶을 때가 많다"며 "단속 카메라 앞에서만 멈칫거리는 게 오히려 사고 위험을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일률적인 속도 제한을 시간대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구시의회에서 공식 제기됐다. 시범 운영을 통해 실질적인 교통 흐름 개선 효과가 확인됐음에도, 대구시가 내년부터 일부 구간만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하자 '현장 중심의 행정'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소영 대구시의원(동구2)은 29일 서면 시정질문을 통해 대구시의 스쿨존 운용 방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하며 전면 시행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어린이 통행이 전무한 심야와 새벽 시간대까지 규제를 유지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현재 헌법재판소가 도로교통법 제12조 제1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점을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실제 신암초등학교 일대에서 실시된 시간제 속도 제한 시범 운영 데이터는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운영 결과에 따르면 주간 시간대 단속 건수는 18.4% 줄어드는 데 그쳤으나, 야간 시간대는 97.7%라는 압도적인 감소 폭을 기록했다. 이는 운전자의 고의적인 법규 위반보다는, 불합리한 심야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범칙금 부과가 대다수였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교통 선진국들의 사례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이미 평일 등하교 시간대를 핵심 규제 시간으로 설정하고, 그 외 시간에는 도로 본연의 기능을 살려 탄력적으로 속도를 관리하고 있다. 사고 위험이 극도로 높은 구역에만 예외적으로 24시간 제한을 두는 방식이다.
대구시는 내년부터 일부 지역을 시작으로 제도를 순차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이미 2년간의 시범 운영으로 효과 검증이 끝났고, 대구시민 86.1%가 제도 도입에 찬성표를 던진 상황"이라며 시의 유보적인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제도 전면 시행을 위해서는 가변형 속도 제한 시스템(VSL) 등 고가의 장비 도입과 단속 카메라 시스템 연동 등 예산 및 기술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대구시는 이를 이유로 단계적 접근을 택했으나, 박 의원은 행정 편의보다 시민 불편 해소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시간제 속도 제한은 아이들의 등하굣길 안전 확보와 운전자의 편익 제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제도"라며 "대구시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즉각 공개하고, 시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보완책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식
정치 담당 에디터(부국장)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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