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이재명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 |
  • 입력 2025-10-01 06:00  |  발행일 2025-09-30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8일 취임 넉달 만에 첫 공식사과했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배터리 화재로 인해 정부 전산망 장애가 발생한 데 대해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무척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부터 보수층 일각에서 "진보정부가 잘해나갈 수 있겠는가"하고 우려할 때 "그래도 윤석열 정부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고 반박한 적이 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은 짧은 재임기간에도 불구, 엄청난 실정(失政)을 양산했었다. 가장 큰 재앙인 12·3 불법 계엄은 논외로 치더라도, 의료대란사태와 새만금 잼보리사태가 대표적이다. 이태원 참사는 최대 비극이었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19표 대 29표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패배했고, 영국에서의 조문(弔問) 외교와 UN 외교에서도 실수를 연발했다. 보수층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대미 관계 강화를 외교 성과로 꼽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통과도 막지 못했고, 통화 스와프협정의 재계약도 불발됐다. 오히려 미국 순방 도중 '바이든-날리면' 욕설 파문을 일으켜 국가 위신만 실추시켰다.


국내적으로도 김건희 명품백 사건과 국정개입 논란, 채상병사망 사건, 검찰권 남용과 검사 편중인사, 주술과 음주논란 등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추문이 끊이질 않았다. 이 모든 게 대통령의 자질이 없는 사람을 무리하게 옹립한 보수층의 자업자득이며, 그 대가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돌아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권변호사-성남시장-경기도지사-국회의원의 경력에서 알 수 있듯, 정치와 행정에 여러 경험을 가진 선출직 공무원 출신이다. 윤석열 정부에 비해 국정운영을 보다 잘 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이다.


작금의 국내외 안보 및 경제상황은 너무나 엄중하다. 또다시 대통령이 실패하는 혼란은 되풀이 되어선 안되고, 우리가 감당할 여력도 없다. 정파를 떠나, 이재명 대통령이 반드시 성공해 나라를 재건시켜야 한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재명 정부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3주 연속 하락 중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은 한미 관세협상의 난항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아니, 난항 그 자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현정부가 관세협상이 잘 된 것처럼 오도(誤導)한 사실 때문이리라. "합의서가 필요없을 정도로 잘된 회담"이라고 했고, "3천500억 달러(한화 495조원) 투자는 대출과 보증형태가 대부분"이라 했던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의 말은 허언(虛言)으로 판명됐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 탄핵당할 것",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리 정부의 반격에 트럼프 정부는 "3천500억달러는 선불(up front)", "일본처럼 5천500억달러로 올릴 수 있다"로 더 압박했다. 우리는 선불이 아닌 분납과 통화 스와프체결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거절했다.


논어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신뢰가 없다면 개인이나 조직, 국가조차 제대로 설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이나 참모들 모두 조급한 성과주의나 자화자찬을 경계해야 한다. 국민과 동맹의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한다. 미국과도 공개논쟁은 위험하다. 특히 상대가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처럼 영어 팝송을 부르라는 얘기가 아니다. 알래스카 투자나 시장 개방 등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담당 장관들도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직을 거는 각오를 해야 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