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트럼프의 영주권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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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02 07:50  |  발행일 2025-10-02

최근 지구촌에 '골드 카드' '플래티넘 카드'가 화제다. 이는 신용카드가 아니라, 거액을 주면 살 수 있는 미국의 영주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100만 달러를 기부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골드 카드'라는 정책을 내놨다. 미국에 머물려면 비싼 거주세를 내라는 뜻이다. 트럼프가 이제는 영주권 장사에도 나선 모양새다. 비즈니스맨 특유의 기질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외국인의 입국 문턱을 높이는 동시에 합법적 이민 제도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 제도를 통해 1천억 달러 이상 재원이 조성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또 "기존 프로그램이 하위 25% 인재를 받아왔지만 앞으로 미국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는 최상위 인재만 선발할 것"이라며 영주권 장사가 마가(MAGA) 정책의 일환이라고 둘러댔다. 트럼프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플래티넘 카드도 내놓을 작정이다. 500만 달러(약 70억 원)를 내면 시민권 없이도 장기 체류할 수 있으며, 해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영주권 장사에 대내외적으로 비판이 거세다. 기존의 미국 이민 제도가 학력, 기술, 가족 관계 등을 활용해 이민자의 자격을 심사했다면, 골드 카드는 단순히 재정적 기여 능력에 따라 문호를 열어준다는 것이다. 이는 돈이 곧 그 사람의 가치를 의미하며, 그간 미국이 강조해온 다양성과 기회균등의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정체성과 가치를 훼손하는 '돈벌이'에 열중하다 보면, 자칫 소탐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잣거리 장사꾼 같은 트럼프의 셈법으로 과연 제국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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