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보광병원 연구원장, “지역 병원에서도 세계적 연구 가능해”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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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18 10:16  |  수정 2025-10-18 11:29  |  발행일 2025-10-18
척추 로봇 수술로 아시아 학회 ‘최다 피인용 논문상’ 수상
소양막 기반 창상치료제, 대구 기업과 손잡고 제품화
“연구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AI가 의사를 평가하는 시대
지역에서 피어난 연구의 꽃, 그 뿌리는 ‘환자 중심 철학’
김경태 보광병원 연구원장이 척추 모형을 들고 척추 수술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 원장은 최근 아시아 척추학회에서 최다 피인용 논문상을 수상하며 척추 로봇 수술과 재생의학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김경태 보광병원 연구원장이 척추 모형을 들고 척추 수술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 원장은 최근 아시아 척추학회에서 '최다 피인용 논문상'을 수상하며 척추 로봇 수술과 재생의학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김경태 보광병원 연구원장이 척추 모형을 들고 척추 수술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 원장은 최근 아시아 척추학회에서 최다 피인용 논문상을 수상하며 척추 로봇 수술과 재생의학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김경태 보광병원 연구원장이 척추 모형을 들고 척추 수술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 원장은 최근 아시아 척추학회에서 '최다 피인용 논문상'을 수상하며 척추 로봇 수술과 재생의학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지역 한 중견병원에서 세계 학회가 주목한 연구 성과가 나왔다. 주인공은 최근 아시아 척추학회에서 '최다 피인용 논문상'을 수상한 보광병원 김경태 연구원장이다. 대학의 테두리를 벗어나 지역 병원에서 이룬 결실은 결코 작지 않다. "작은 병원이라도 의지와 시스템이 있다면 세계적 연구가 가능하다"는 그의 말처럼, 김 원장은 한계를 딛고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환자를 향한 진심과 연구에 대한 집념으로, 그는 오늘도 지역 의료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최근 아시아 척추학회에서 '최다 피인용 논문상'을 받았다. 소감은.


"뜻하지 않게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 피인용이란 내가 쓴 논문이 다른 학자들에 의해 얼마나 인용되는지를 의미한다. 인용이 많다는 건 그만큼 연구의 중요도와 시의성이 높다는 뜻이다. 로봇 척추 수술 관련 논문이 발표 2년 만에 40회 이상 인용됐다. 이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전 세계적으로 척추 로봇 수술이 큰 관심을 받고 있음을 실감했다."


▶척추 로봇 수술 연구가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핵심은 '안전성'이다. 척추 수술은 신경을 다루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최근 수술 기구나 보조 시스템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로봇 수술은 로봇이 모든 걸 대신하는 게 아니라, 의사를 보조해 더 정밀하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도록 돕는 '어시스트' 개념이다. 특히 척추 수술에서는 나사 삽입 과정에서 로봇이 정확도를 높여 신경 손상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현재 중국에는 관련 로봇 기업이 100곳이 넘고, 글로벌 기업도 20여 곳 이상 진출해 있다. 국내에서도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보험 제도 등의 한계로 상용화는 더딘 편이다. 그래도 결국 의료의 흐름은 로봇 수술로 갈 것이다."


▶지방 중견병원에서 시작된 연구가 세계 학회에서 주목받았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가장 힘들었던 점은 '선입견'이었다. '작은 병원에서 무슨 연구를 하겠느냐'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덕분에 연구 효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예전엔 대학원생이나 전공의가 며칠씩 걸려 하던 데이터를 이제는 AI가 10분 만에 정리해준다. 전 세계 연구자들과 실시간으로 자료를 주고받을 수도 있어 물리적 한계가 거의 없다. 핸드폰 하나로 논문을 읽고 분석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연구 환경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SCI급 저널에 게재된 '소양막 도포제의 치료 효과' 논문이 재생의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임상적 의미는.


"고령화 사회에서 '상처가 잘 낫지 않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특히 당뇨병 환자나 80~90세 노인은 피부 재생이 느리고, 이로 인해 감염이나 장기 입원으로 이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양막의 재생 효과에 주목했다. 양막에는 성장인자가 풍부해 뼈뿐 아니라 피부 재생에도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실험 결과가 기대 이상으로 좋아 현재 대구의 한 기업과 함께 소양막을 이용한 창상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사람 양막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뛰어나며, 식약처 심사 중이다. 1년 안에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대학병원 중심의 연구 패러다임을 넘어, 지역병원도 세계적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의미는.


"대학에서 오래 근무하며 느낀 건, 생각보다 지역 전문병원이 연구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점이다. 자율성이 높고, 병원 시스템이 척추질환에 특화돼 있어 데이터 수집이 빠르고 정확하다.


30년 넘게 축적된 환자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어 연구 기반이 탄탄하다. 또 매주 2~3회 열리는 아침 컨퍼런스에서 척추 전문의 8명이 환자 케이스를 공유하며 토론한다. 이런 문화 덕분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쏟아진다. 이런 구조적 강점이 지역병원 연구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 기업과의 협력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구체적인 사례는.


"현재 세 가지 주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첫째는 소양막 기반 창상치료제 개발이다. 대구 한 기업과 협력 중이며, 이미 제품화 단계에 들어섰다. 돼지 양막을 활용해 상처 회복을 돕는 치료제로, 사람 양막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재생 효과가 우수하다. 식약처 심사 단계에 있으며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둘째는 국산 척추 임플란트 개발이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과 협력해 설계와 시제품 테스트를 마쳤다. 올해 안에 인허가를 마무리하고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환자에게 더 합리적인 비용으로 고품질 임플란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셋째는 내시경 로봇 수술 시스템 개발이다.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내 로봇 전문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내시경 홀딩 로봇'을 개발해 실제 수술 환경에서 테스트 중이며, 서울성모병원에서 카데바(사체) 실습을 통해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 로봇이 상용화되면 세계 최초의 척추 내시경 전용 로봇 시스템이 한국에서 탄생하게 된다. 가격은 약 1억원 수준으로 맞춰 병원들의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집중하고 싶은 연구 주제나 장기적 비전은.


"첫째는 신경 재생 연구다. 대학 시절부터 척수 손상과 신경 손상 회복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왔다. 현재 병원 내 '신경재생센터'를 중심으로 임상 연구를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환자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둘째는 골다공증 연구다. 고령화 사회에서 골다공증은 수술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준다. 수술 전후 관리와 수술 기법 개선을 중심으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셋째는 내시경 수술 연구다. 병원 수술의 80%가 내시경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고령 환자에게 적합한 내시경 수술법과 회복 관리 연구를 통해 '덜 아프고 더 빠른 수술'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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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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