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진 변호사
경북 예천 출신의 23살 대학생이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을 당하고 끝내 목숨까지 잃고 석 달여 만에 한 줌 유해로 돌아왔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캄보디아로 출국해 범죄 조직에 가담했던 청년들 수십 명이 한꺼번에 전세기로 송환되었고, 그들 대부분이 구속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캄보디아 관련 최신 뉴스를 보면서 나는 내가 맡았던 사건과의 시간 차이에 약간의 멀미가 났다. 내가 불과 몇 달 전에 국선변호인으로 맡은 사건이 2014년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던 이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1년 전인 2024년이 아니라 10여 년 전인 2014년 말이다(그의 공소장을 처음 읽었을 때 나도 '2024년'의 오타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10여 년 전에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연루된 이가 이제야(혹은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당시 누군가가 도망치는데 성공해서 한국 경찰에 제보를 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조직원들을 한꺼번에 일망타진은 못했던 탓이다. 내 사건의 피고인은 캄보디아에서 몇 달간 범죄조직에 가담했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귀국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함께 캄보디아로 갔던 이들이 하나둘 체포되기 시작하면서 수사망이 좁혀오자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도주생활을 하다 (다행스럽게도) 공소시효가 임박했을 때 잡힌 경우였다.
범죄를 일상적으로 다루는 이 업계의 소식이 아니라 모든 언론의 주요 뉴스로 캄보디아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의문이 들었다. 10년도 넘는 기간 동안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동남아로 넘어가 범죄에 연루되어 왔는데 왜 이제 와서야 범죄에 연루될 수 있는 해외 취업 사기에 빨간 불 경고가 제대로 켜졌을까. 이번 캄보디아 관련 뉴스를 보다 알고리즘이 띄워줘서 접하게 된 '추적 60분' 제목이 '캄보디아에 갇힌 청년들'이었는데, 제목을 봐서도, 내용을 봐서도 당연히 최근에 방영이 된 거라고 생각하고 시청을 했다. 그런데 진행자가 그 프로그램 현재 진행자가 아니었고 화질도 좀 떨어지는 것 같아 다시 확인해 보니 무려 2015년에 방영된 것이었다. 10년 전 방송사 PD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정부가 접근하지 못할 리는 없다. 시청자들이야 한번 보고 잊을 수는 있지만 정부 당국은 그때부터 관련 대책을 강구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재판이 확정되어 교도소에서 기결수로 생활하고 있을 내 피고인이 요즘 뉴스를 보며 그나마 일찍 가서 살아서 나왔다는 걸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도 여권을 빼앗기고 폭행을 당했다고 했지만, 납치나 엄격한 감시나 악랄한 고문 이야기는 없었다. 그만큼 10여 년 간 범죄는 더 교묘해지고 더 대담해졌다. 돈을 위해서는 사람 목숨마저도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스마트폰과 SNS의 보편화를 범죄에 협조할 이들을 구하는데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범죄 유형도 인터넷 도박이나 비교적 단순한 '사칭형' 보이스피싱에서 로맨스 스캠, 주식 투자 리딩방 등 다양해지고 정교해졌다.
안타깝게도, 악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반면 대책은 너무 느린 게 현실이다. 그런 현실을 살아가야 하므로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다.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을 넘어 사회경험이 부족해 아직 미숙한 젊은이들이 당장의 생활고나 용돈벌이에 정신이 팔려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가장한 범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치밀한 대책과 홍보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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