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훈 주무관이 옛 철도 노선의 침목을 직접 줄자랑 폴대를 들고 10km 구간의 상태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다. <본인제공>
문경시 양정훈 주무관. <본인제공>
"70억 원짜리 문제를 15억 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직접 걸어보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문경시 관광진흥과 양정훈 주무관은 지난 11일 열린 '2025년 지방재정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예산절감 분야 장려상을 수상했다.
그는 옛 철도 노선의 침목 교체 과정에서 '미사용 재고품' 활용이란 아이디어로 무려 55억 원이 넘는 예산을 절감했다. 양 주무관은 인터뷰 내내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양 주문관은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기획했을까. 그는 "처음에는 외부 용역을 맡기려고 했는데, 예산이 너무 커서 고민이 많았다"며 "고교(문경공업고등학교) 시절 현장 측량 실습을 했고, 문경읍에 근무할 때 자체 설계 경험도 있었다. 그래서 줄자와 폴대만 들고 10㎞ 구간을 걸으며 하나하나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양 주문관은 여러 번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자체 설계를 완성했다. 미사용 재고품 활용, 새로운 공법 도입, 스프링 분기기 활용 등 4가지 방안으로 55억 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한 것이다.
그는 설계하는 과정에서 다른 지자체들은 어떻게 했는지 조사하다 침목 비용이 꽤 비싸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 문득 '옷가게에 이월상품이 있듯, 침목도 이월 재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 주무관은 즉시 경북 영주와 의성에 있는 침목 제조업체 야적장을 찾아갔다. 그곳에는 수만 개의 미사용 침목이 쌓여 있었다.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가격도 정상 제품보다 훨씬 저렴해 문경시 예산에 맞을 것이라 확신, 도입을 결정했다.
양 주무관은 "혹시라도 모를 안전 문제 때문에 부담이 컸다"고 당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시민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며 "그래서 침목 상태를 여러 차례 점검하고, 구조 안전 진단을 병행해 문제 없음을 검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 근거와 책임감이 함께 있어야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양 주무관은 수상 소감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이번 미사용 재고품 활용이 시 재정을 아끼고 지역 관광사업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현장을 직접 보고, 행정의 실효성을 고민하는 실무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강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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