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현장을 걸어야 답이 보입니다”…예산 55억 아낀 문경시 양정훈 주무관

  • 강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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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8 14:35  |  발행일 2025-10-28
양정훈 주무관이 옛 철도 노선의 침목을 직접 줄자랑 폴대를 들고 10km 구간의 상태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다. <본인제공>

양정훈 주무관이 옛 철도 노선의 침목을 직접 줄자랑 폴대를 들고 10km 구간의 상태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다. <본인제공>

문경시 양정훈 주무관. <본인제공>

문경시 양정훈 주무관. <본인제공>

10㎞에 달하는 문경의 폐선 구간, 낡은 침목 사이를 걷는 한 공무원의 손에는 설계도 대신 줄자와 폴대가 들려 있었다. 외부 용역업체에 맡겼다면 최소 70억 원이 투입됐을 사업이다. 하지만 이 현장 점검은 사업비를 15억 원으로 줄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문경시 관광진흥과 양정훈 주무관이 홀로 일궈낸 55억 원의 예산 절감 시나리오는 그렇게 시작됐다.


▲ 야적장에 쌓인 '보물', 미사용 재고 침목의 재발견


지난 11일 열린 '2025년 지방재정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예산절감 분야 장려상을 거머쥔 양 주무관의 전략은 의외로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옷가게에 이월 상품이 있듯, 철도 침목도 재고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곧장 경북 영주와 의성의 침목 제조업체 야적장을 뒤졌고, 그곳에서 국가 사업 후 남겨진 수만 개의 미사용 PC 침목(일반철도에 주로 사용되는 침목)을 발견했다.


신규 제작 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을 이 '이월 재고'가 대체했다. 규격과 품질은 동일하지만 가격은 파격적으로 낮았다. 양 주무관은 단순히 물건을 싸게 사는 데 그치지 않고, 문경공업고등학교 시절 익힌 측량 기술과 과거 문경읍 근무 당시 쌓은 설계 경험을 총동원했다. 10㎞ 구간을 직접 전수 조사하며 불필요한 공정을 덜어내고, 열차 통과 시 자동으로 방향이 바뀌는 '스프링 분기기' 등 효율 중심의 4가지 공법을 설계에 직접 녹여냈다.


▲ 안전과 확신 사이… 기술적 근거로 정면 돌파


파격적인 예산 절감 뒤에는 '안전'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이 따랐다. 재고품 사용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양 주무관은 침목 상태를 반복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전문기관의 구조 안전 진단을 병행해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했다.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기술적 검증 없이는 단 한 걸음도 떼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현장에서 답을 찾은 그의 노력은 문경시 재정 건전화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양 주무관은 "기술적 근거와 실무자의 책임감이 결합될 때 비로소 과감한 행정적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며,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실효성을 고민하는 것이 공직자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비용 아끼기를 넘어, 지방 소멸 위기 속 지자체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무적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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