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양아트센터 전시장에서 최희연 작가. <최희연 작가 제공>
11월2일까지 아양아트센터 'Altogether' 전시회에서 전시되는 최희연 작가의 '같이 피는 연못' <최희연 작가 제공>
11월2일까지 아양아트센터에서는 배리어 프리 미술전시 'Altogether(올투게더)'가 열린다. 점자 표기와 음성 안내 시스템이 마련된 이 전시에는 4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달서구에 사는 27세 발달장애인 청년작가 최희연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희연씨의 예술적 여정은 어린 시절 어머니 정은경 씨의 따뜻한 관심 속에서 시작됐다. "토끼 그려줄까? 병아리 그려줄까?"라는 말로 딸에게 다가가던 정 씨는 말수가 적던 아이가 크레파스에 관심을 보이자 곁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며 교감했다.
자연물을 주제로 한 희연 씨의 그림에는 연꽃, 해바라기, 장미 등이 자주 등장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토끼는 작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존재다. 어머니 정 씨는 "토끼는 희연이를 닮았어요. 청각이 예민하고 부드럽지만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하죠"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미술대회 때 희연 씨는 토끼 얼굴의 꿀벌을 그려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때부터 희연 씨의 세상은 달라졌다.
어머니 정 씨는 완성된 그림들을 들고 대구에서 강연하던 한젬마 예술감독을 찾아갔다. 희연 씨가 세 살 무렵부터 그린 작품들을 본 감독은 "추상화로 넘어가는 단계다. 독창적이고 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 말을 들은 정 씨는 "가슴 깊은 곳이 따뜻하게 펴지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딸의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던 정 씨는 특수교사와 또래 학부모들이 함께 만든 사회적협동조합 '행복림'에 합류했다. 이곳에서는 발달장애 청년들이 미술과 음악을 배우며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었다.
희연씨는 2022년부터 디자인회사 커프스에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자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대구장애인미술협회 소속으로 다양한 전시 활동을 이어가며 작품 세계를 확장 중이다. 2023년 안동문화예술의전당, 2024년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 최근 파주 '한젬마와 천재 아티스트들'전, 그리고 올 연말에는 펙스코(FXCO) 전시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어머니 정씨는 2023년 딸의 이야기를 시로 엮은 시집을 발간하며 모녀가 함께 예술을 이어가고 있다. 정 씨는 최근 딸의 그림과 자신의 시를 함께 선보이는 시화전 제안도 받았다.
희연 씨의 예술 뒤에는 늘 가족의 응원이 있었다. 특히 할머니의 사랑은 각별하다. 평생 그림과는 거리가 멀었던 할머니는 손녀 덕분에 전시를 찾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족의 사랑과 마을의 지지를 받으며, 최희연 작가는 오늘도 캔버스 위에 자신만의 세상을 그려나가고 있다.
강미영 시민기자 rock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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