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희망을] 미토콘드리아 근병증, 뇌성마비 앓는 14살 규민이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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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28 17:05  |  발행일 2025-10-28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을 앓는 규민이가 할머니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최시웅기자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을 앓는 규민이가 할머니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최시웅기자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을 앓는 규민이가 할머니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최시웅기자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을 앓는 규민이가 할머니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최시웅기자

"내보다 3일만 먼저 갔으면 좋겠다 싶어요."


희귀병인 미토콘드리아 근병증과 뇌성마비, 백색병 등을 함께 앓는 14살 규민이의 할머니(68)는 담담히 말했지만, 그 속엔 복잡미묘한 감정이 내포돼 있다. 바로 옆 침대엔 늘 그랫듯이 규민이가 햇살을 쬐며 누워 있었다.


◆ 하루 대부분이 치료, 기다림


규민이 하루는 병원과 재활, 그리고 기다림으로 채워진다. 오전 7시 일어나면 할머니가 흡인기로 가래를 제거하고, 위루관을 통해 식사를 돕는다. 오전엔 병원 진료나 로봇재활 치료가 이어진다. 치료 프로그램이 겹치는 날이면 식사 시간도 모자란다.


오랜 돌봄으로 피로에 지친 할머니는 "규민이 덕분에 용기도 내고, 젊어졌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젠 스스로 정보를 찾고, 주변에 알려줄 정도가 됐다. 병원에서 만난 엄마들과는 반찬과 재봉틀 가방 등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한다. 규민이는 음악을 듣거나 로봇재활을 받을 때 잘 웃는다. 그 순간이 가장 소중하단다. 멀고 비용도 드는 병원을 갈때도 할머니는 "함께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 사고 후, 멈춰버린 규민이


2014년 어느날, 여섯 살 규민이는 할머니와 차량을 타고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미 희귀병 판정을 받았지만, 그전까진 걷기도 하고 어눌하게나마 말도 했다. 하지만 사고 후 규민이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트렁크 쪽이 완전히 찌그러질 정도로 큰 사고였어요. 구급대원들이 앞문으로 규민이를 겨우 꺼냈습니다. 그날 이후로 규민이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걷지도 말하지도 못해요. 돌이켜보면 그날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어요. 한이 남아 '제발 그때만큼만 회복해달라'고 늘 기도합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자신들이 세상을 떠난 뒤 규민이가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갈 지 걱정된다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고교 2학년인 누나 규은(가명)이가 있지만, 혹여나 규은이 앞날까지 가로막을까 늘 노심초사다.


◆"숨 붙어 있는 동안은 내 손에 있어야지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 연금, 지원금을 모두 합쳐 한 달 300만원이 들어온다. 하지만 비급여 로봇치료·의료 소모품 등으로 150만원 넘게 지출된다. 할아버지는 목·허리 디스크, 할머니는 어깨 석회와 무릎 인공관절, 갑상선암 수술로 몸이 성할 날이 없다. 하지만 본인 치료를 미룬 채 아이를 돌본다.


할머니는 규민이 곁을 떠난 적이 거의 없다. 규민이는 할머니가 곁에 없으면 잠을 못 잔다. 새벽에도 할머니는 아이의 손을 만져보며 상태를 확인한다.


"절대 시설에 맡길 생각은 없어요. 뉴스를 보면 애들을 방치하고, 밥도 안 주고 그러잖아요. 내 숨이 붙어 있는 동안은 내 손에 있어야지요. 그래서 날마다 기도해요. '할머니보다 3일만 먼저 가라'고, 그런데 이 말도 이젠 조심해요. 규민이가 다 알아듣거든요." 할머니는 오늘도 제 몸보다 규민이를 먼저 살피며 또 하루를 보냈다.


▶ 후원금 모금계좌 : 기업은행 035-100411-01-431 초록우산어린이재단


▶ 후원문의(기부금영수증 발행 등) :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053-756-9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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