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았으니 갚는다”…한 달 급여 기탁한 영주시청 배진철 주무관의 약속

  •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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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30 16:13  |  발행일 2025-10-30
영주시 안전재난과 배진철 주무관. 권기웅 기자

영주시 안전재난과 배진철 주무관. 권기웅 기자

경북 영주시청 안전관리자 배진철(55) 주무관은 지난 28일 한 달 급여 300만원을 (재)영주시인재육성장학회에 기탁했다. 가난했던 유년의 '부채'를 지역 인재에게 갚겠다는, 오래된 결심의 연장선이다.


왜 한 달치 급여 전액을 내놨을까. 배 주무관은 "지역의 미래를 이끌 아이들에게 작은 디딤돌이라도 놓고 싶었다"라며 "'받았으니 갚는다'는 마음, 그 한 줄이 제 삶을 붙잡고 있다"고 말했다. 받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배 주무관의 '받았다'는 의미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어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당시 동사무소에서 쌀과 연탄을 받던 겨울이 선명했다. 고등학교 땐 일용직, 방범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었고, 그 때문에 대학도 또래보다 1년 늦게 진학생했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배 주무관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1992년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형편 닿는 만큼 이웃을 도왔다. 2016~17년 영주로터리클럽 회장 때는 장애인 부부의 집을 고쳐줬고, 자산 1억여원을 어려운 이웃에 썼다. 2021년엔 건설회사를 하며 마스크 만 장을 시청에 기부하기도 했다.


배 주문관은 현재 영주시에서 안전재난과 안전관리자로 현장 위험요소 지도·점검, 위험성 평가, 산업재해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지도를 맡고 있다. 배 주무관을 마음 아프게 하는 편견도 적지 않다. 돈 많으니 하는 것(기부)이란 말을 들을 때면 상처가 된다.


그는 앞으로도 형편이 허락하는 한 기부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한 달치 월급이라는 액수보다 오래 축적된 습관이 더 눈에 남는다. 가난이 만든 결핍을 원망 대신 실천으로 치환한 사람, 배진철. 그의 말처럼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면, 차이는 아마도 행동 한 끗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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