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길이로 갈등 커진 울릉공항, 안전 요구 외면 말아야
경북 울릉공항 개통이 가시화했지만, 착공 초부터 논란이 됐던 활주로 길이를 둘러싼 갈등은 커지는 양상이다. 2027년 말 완공 목표인 울릉공항은 이달 중순 기준, 약 70%의 공정률을 보인다. 울릉공항의 활주로는 50인승 비행기가 뜨고 내리기에 적합한 1천200m로 설계됐지만, 2022년 항공기 기종이 80인승으로 바뀌면서 활주로 길이가 짧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울릉군과 주민들은 "안전한 공항을 위한 최소 조건"이라며 활주로 300m 연장을 주장한다. 활주로 연장은 생명과 직결된 요구라는 입장이다. 울릉도는 폭우와 폭설, 강풍 등 기상 조건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공항의 안전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말 여객기 사고로 항공안전에 관심이 커지면서 기상 악화가 잦은 곳에 건립하는 울릉공항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거세졌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활주로 연장 불가 입장을 공식화했다. 활주로를 300m 연장할 경우 바다를 추가 매립해야 해 사업비는 약 1조 원, 공사 기간은 3년 이상 지연된다는 게 이유다.
울릉공항이 완공되면 울릉도에서 서울까지 7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1시간으로 단축된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주민 정주 여건도 대폭 개선될 것이다. 정부는 울릉공항 건설로 약 9천8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 7천 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활주로 길이와 관련한 안전 확보가 걸림돌이 됐다. 정부는 다양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활주로 길이 연장에는 선을 긋었다. 이착륙 안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공항을 과연 누가 찾겠는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만들었는데 반쪽짜리 공항이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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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뜻이…"TK신공항 짓지 말라는 것이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방정부가 공항 개설로 인한 혜택은 누리지만 건설이나 운영과정에서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며 "지방공항이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전제로 추진되도록 중앙과 지방정부간 비용분담 개선방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무분별한 지방공항 추진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의 지방공항에 대한 입장은 지난달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구시민들과의 타운홀 미팅 때 했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관련 발언 이후 처음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날 이 대통령은 '군사공항 이전은 정부사업으로 해야 한다'는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건의에 대해 "제가 보기엔 맞다"며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얼마 정도 지원해야 하는지, 편익은 얼마인지, 실현가능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 발언의 틀 안에서 강 실장 언급을 보면, 군사공항(K2) 및 민간공항(대구공항)을 한꺼번에 이전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은 손익분석을 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 같다. 대구시 주도로 '기부 대 양여 방식(민간사업자가 군사공항을 먼저 지은 뒤, 후적지 개발이익으로 선투자된 군사공항 건설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으로 추진중인 군사공항 이전에는 정부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부자금으로만 건설하려던 민간공항에 지방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군사공항 이전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버거운데, 민간공항 건설비용까지 지방에게 부담시킨다면 지방에는 공항을 짓지 말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이게 "실현가능하게 검토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뜻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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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란에 계엄 공무원 솎아내기, 공직의 정치적 중립 무너질라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 항소 포기의 후폭풍이 거세다. 검란(檢亂)이란 표현에서 보듯 검찰 내부가 들끓고 있고, 정치권도 일전불사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11일 대검찰청에 집결, "검찰은 죽었다"고 규정하며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퇴를 촉구했다. 노 대행도 이날 "파장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검사 아닌 인간 노만석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노 대행은 앞서 "용산과 법무부와의 관계를 고려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재명 정권은 이번 사퇴를 엄중히 바라봐야 한다. 대장동 사건과 그 법적 기소 및 재판이 어떤 성격인지를 헤아려야 한다는 뜻이다. 대장동 사건은 경기도의 작은 매체에서 최초 보도가 시작돼 그 실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시점에서 본다면 사건 발생 당시의 성남시장은 현직 대통령이 됐다. 검찰의 항소 포기가 법적으로 가능한 것이라 해도, 국민적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명제가 놓여 있다. 일선 검사들의 항의를 집권여당이 ' 윤석열 사단의 항거, 쿠데타' 라는 식으로 폄훼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항소 포기 파문에 곁들여 또 다른 작업도 시작됐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1일 국무회의에서 "12.3 계엄 등 내란에 관여한 공무원들의 행적을 밝혀 합당한 인사를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도 동의했다. 새 정부가 과거 정권에서 있었던 탈불법적 행태를 걸러겠다는 것은 공감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정치적 잣대 속에 집권 헤게모니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면 곤란하다. 검사를 포함한 모든 공무원은 정치중립의 의무가 있다. 또 중립의 경계선은 모호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정치권, 특히 집권세력이 중립을 허물고 자꾸 한쪽으로 건너오라고 강요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종국에 가서는 국민적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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