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확장 재정의 역설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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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27 06:00  |  발행일 2025-11-26

내년엔 역대급으로 돈이 많이 풀릴 전망이다. 새해 정부안 기준 예산안은 728조 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본예산 대비 8.1% 증가한 수치이며, 사상 처음으로 700조 원을 넘는 '슈퍼 예산'이다. 올해 0% 대인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민생 회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확장 재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재정 씨앗론'이 반영된 셈이다. "가을에 수확하려면 빌려서라도 씨를 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그의 지론이다. 슈퍼 예산과 반도체 경기 활황 덕분에 내년 경제 성장 전망치는 긍정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8%로 높인 바 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최근 국고채 금리가 우상향으로 방향을 튼 데는 내년도 슈퍼 예산 탓도 적지 않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조달하기 위해 국채 발행량을 늘리면, 금리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 대통령은 확장 예산 기조를 주창하고 있어, 임기 내내 많은 채권 발행 부담에 따른 금리 인상 압력이 동반될 수 있다. 금리 인상은 달러 환율 상승과 함께 서민 경제를 압박하는 큰 적으로 꼽힌다. 대출 이자 부담이 늘면,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투자부터 줄인다. 결국, 시장 금리를 자극하는 과도한 확장 재정 정책이 민간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고, 이는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더욱이 과다한 빚으로 재정을 늘리면, 인플레이션을 부른다. 서민을 위해 돈을 푼다고 하지만, 정작 서민이 피해를 보는 형용모순 상황을 맞게 되는 셈이다. 서민은 이래도, 저래도 고달픈 삶이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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