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영남일보 책읽기賞 수상 소감] 대학·일반부 최우수상 박수진

  •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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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26 17:12  |  수정 2025-11-26 17:18  |  발행일 2025-11-26
대학·일반부 최우수상 수상자 박수진

대학·일반부 최우수상 수상자 박수진

영남일보 독서감상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이라는 귀한 상을 받게 되어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사유와 삶의 방향을 어떻게 흔들고 변화시키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번 수상은 단순히 글 한 편이 평가받은 결과를 넘어 제 삶의 결을 다시 매만지게 한 의미 깊은 계기였습니다. 최진석의 '건너가는 자'는 제가 오래 미뤄두었던 질문들을 다시 꺼내어 마주하게 만든 책으로, 스스로를 더 깊이 들여다보도록 이끄는 묵직한 사유의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책의 핵심 메시지인 "누구도 나를 대신해 건너가 줄 수 없다"는 문장은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존재를 이해하는 방식과 삶을 선택하는 태도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익숙한 자리에서 벗어나는 일을 힘겨워하고, 변화의 문 앞에서 주저하는 순간을 수없이 경험합니다. 저 역시 실패의 두려움과 타인의 시선 속에서 걸음을 내딛지 못한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책은 건너간다는 행위가 결국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겠다는 조용한 결단임을 다시 한번 선명하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독서감상문을 쓰는 과정 또한 작은 건너감의 경험이었습니다. 책에서 받은 울림을 제 언어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섬세하고 고요한 작업이었습니다. 어떤 문장을 남기고 어떤 표현을 덜어낼지 고민하는 동안 저는 책의 메시지를 제 삶 속으로 천천히 끌어들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유의 결은 더욱 촘촘해졌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잠시 멈추어 선 시간들은 제 마음의 방향을 가다듬는 순간이 되었고, 글쓰기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면을 비추는 성찰의 행위임을 다시 확인하게 했습니다. 문장을 다듬기 위해 머무른 고요한 순간들은 제 마음의 결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 주었으며, 그 속에서 건너가는 자가 지녀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건너가는 자'는 화려한 서사로 독자를 설득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독자가 스스로 사유의 그늘과 빛을 살피며 자기 삶의 방향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넉넉한 여백을 남겨 둡니다. 저는 그 여백 속에서 제 생각을 한 걸음 더 멀리 보내 볼 수 있었고, 독서-사유-글쓰기의 순환이 어떻게 서로를 확장시키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수상은 제게 또 하나의 작지만 의미 있는 강을 건너게 한 경험입니다. 앞으로도 질문을 멈추지 않고, 사유의 깊이를 천천히 넓혀가며, 제 속도와 리듬에 맞춰 건너가는 길을 성실하게 걸어가고자 합니다. 글을 통해 스스로를 비추는 일이 때로는 고단하더라도, 그 과정이 더 나은 나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라는 믿음이 더 견고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귀한 기회를 마련해주신 영남일보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독서를 사랑하는 이들이 사유를 나누고 더 넓은 세계와 마주할 수 있도록 꾸준히 장을 이어 오신 노력에도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이 공모전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가 세상 밖으로 걸어나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신 점 역시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이 상을 계기로 앞으로도 읽고 생각하고 쓰는 삶을 부지런히 이어 나가며 제 안의 여러 강을 계속해서 건너갈 것입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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