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지역 안에서 함께 작동하는 미술

  • 김은지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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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04 06:00  |  발행일 2026-02-04
김은지 독립 큐레이터

김은지 독립 큐레이터

지역 안에서의 미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그것은 특별한 감상 경험이나 전문적인 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지역의 미술은 가까운 곳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삶의 맥락 속에서 다시 이해되는 과정으로 존재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의미는 한 사람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지역 미술은 전시되는 대상이 아니라 지켜보고 이어가야 할 문화의 기반이 된다.


지역에서 미술은 순간의 사건이나 경험이기보다, 어느 순간 곁에 놓여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흐름에 가깝다. 주말이나 퇴근 후 스쳐 본 전시가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한 번의 관람이 다른 경험과 겹치며 의미를 확장한다. 미술은 이렇게 각자의 삶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작동한다.


이러한 방식의 지역 미술은 작업실과 교육 공간, 지역의 작은 문화공간과 일상의 여러 장소를 오가며 지역 시민들의 동선 곳곳에 놓인다.


대구 안에서 기획자로 일하며 미술은 전시장 안보다 그 밖에서 더 자주 이야기된다는 사실을 경험해왔다. 지역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나 특정 흐름을 다룬 기획 이후에는 한 작가의 작업에 반복되는 표현, 기억에 남은 작업들을 두고 지속적으로 대화가 이어진다. 모든 맥락이 정확히 공유되지는 않지만, 각자는 자신이 본 것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낸다.


이러한 대화가 가능해지는 데에는 지역만의 환경이 있다. 지역에서는 청년 작가부터 중견, 원로 작가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세대의 작업을 비교적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한 작가의 작업을 여러 기획전을 통해 이어서 만나기도 하고, 시립 미술관뿐 아니라 개인 미술관과 갤러리, 교육 현장에서 동시에 접하기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작품은 하나의 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시간 속에서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런 환경에서 기획자의 역할 또한 달라지는 것 같다. 무엇을 명확히 정의하고 설명할 것인가 보다 때로는 시민들에게 어떤 경험이 이어질 수 있을지를 더 살피게 된다.


시민들은 미술을 멀리서 바라보기보다 가까이에서 접하고 함께 이야기하며 자신의 경험으로 확장한다. 작품은 개인의 기억 속에 남는 동시에 대화를 통해 다시 공유된다. 그렇게 지역의 미술은 시민의 일상 곁에서 이어지고, 사람들은 그 과정 속에서 삶 속에서 천천히 깊어지는 이해를 경험한다. 이처럼 지역 미술이 삶과 함께 작동할 때, 우리는 그것을 잘 가꾸어야 할 이유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 미술의 강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은지<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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