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록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오 나여! 오 삶이여! 이 모든 반복되는 질문들에 대하여"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은 그의 시 'O Me! O Life!'의 시작을 이렇게 무거운 탄식으로 열어젖힙니다. 그는 "어리석은 사람들로 가득 찬 도시들, 의미 없이 살아가는 군중, 무엇을 해도 바뀌지 않는 세계"를 묘사하며 삶의 무력감과 피로를 있는 그대로 드러냅니다. 이러한 탄식은 12월, 한 해의 마지막 페이지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짙은 그림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은 실적과 마감이라는 냉정한 심문 앞에 서고, 개인은 연초의 찬란했던 희망과 현재의 공백 사이에서 존재론적 회의와 압박에 짓눌립니다.
우리는 이 마지막 달을 대개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 속에서 보냅니다. 크로노스는 시계처럼 균일하게 흘러가는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시간입니다. 우리는 그 속도에 휩쓸려 바쁘고, 뒤처질까 두려워하며, 의지와 상관없이 '더 빨리'를 강요받습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크로노스와 대비되는 또 하나의 시간이 있습니다. 결과가 아니라 의미가 응축되는 순간, 즉 카이로스(Kairos)입니다. 그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왜' 살아가는지를 되묻는 질적인 시간입니다. 이제, 올해의 마지막 12월 나에게 던져야 하는 하나의 질문은 '올 한 해, 나는 얼마나 '나의 시간'을 살았는가?'입니다.
휘트먼의 시는 절망적인 질문의 끝에서 가장 강력한 대답을 제시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대답은: 당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삶이 존재한다는 것—그리고 당신 자신이 있다는 것." 그리고 끝내 이렇게 선언합니다. "이 강력한 인생이라는 연극은 계속되고 있으며, 당신도 당신만의 구절을 덧붙일 수 있다." 휘트먼이 말하는 '대사'는 거창한 업적이 아닙니다. 그저 남의 말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로 선택한 한 줄입니다. 바로 그 순간이 카이로스입니다.
이 '한 구절을 쓰는 용기'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전한 "Carpe Diem(현재를 붙잡아라)"라는 메시지와 이어집니다. 카르페 디엠은 시간을 낭비하라는 말이 아니라, 흐르는 크로노스 속에서 의미 있는 순간을 발견하고 선택하라는 요구입니다. 사회가 말하는 정답의 삶을 반복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내가 왜 이 길을 걷는지'를 스스로 묻는 주체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외침입니다.
그렇다면 크로노스의 시계를 멈추고 카이로스를 포착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화려한 도약이 아니라 질문의 루틴을 만드는 것입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자신에게 묻는 질문으로 삶의 방향을 조정했습니다. "오늘이 지구에서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은 우리의 사고를 일상의 루틴으로부터 끌어내, 곧바로 존재의 본질로 이동시킵니다.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현재의 행동을 단순한 업무나 생존의 수단이 아닌 '내가 선택한 순간'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것은 카이로스를 감각하는 최소한이자 가장 확실한 방식입니다. 잠시 멈춰도 괜찮습니다. 길을 돌아가도 괜찮습니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정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단지 '맞는 순간'을 요구합니다.
12월, 우리는 이 질문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크로노스는 흘러가지만, 카이로스는 우리가 만들어갑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구절'을 써 내려가는 12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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