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옥 계명시민대학 강사, 미술학 박사
처음이라서 설렌다. 떨린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텍스트와 작품이 만나는 전시를 기획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읽는 예술'과 '보는 예술'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보고 싶었다. 이번 전시 기획은 그 첫 시도이자 조심스러운 도전이다.
모든 전시의 과정은 유기적이다.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 작가와 작품, 평론가와 관람자 전시장이 서로 다른 속도로 호흡하며 함께 만들어내는 관계의 장이다. 필자의 책 '서영옥이 만난 작가 Ⅱ'의 주인공들을 전시장으로 불러낸 이유다. 문장으로 다져놓은 예술을 실제 작품이 환기하고 보완하며 확장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책 출간과 전시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기획은 지역에서는 이례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라며 기회를 마련해준 갤러리 Moon 101의 후원과 참여 작가들의 응원이 이번 전시 기획의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
책은 기록이다. 작가의 내면과 창작의 시간이 응축된 아카이브다. 책이 품은 리듬이 전시장에서 이미지로 펼쳐진다. 글로만 떠올리던 울림이 작품 앞에 서면 보다 선명해진다. 기록이 현재성을 얻고 작품은 내용의 층위를 더한다. 관람자는 책을 읽듯 작품을 보고 작품을 보며 책 속의 문장을 떠올릴 것이다. 두 경험의 맞물림은 다른 장르가 서로에게 건네는 깊은 인사다.
문장은 시간이 흘러도 그 의미를 크게 잃지 않는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은 그곳에 존재할 때 가장 강한 빛을 발한다. 두 장르가 한 공간에서 서로의 빈틈을 메운다. 텍스트로 그려보던 아우라가 실제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순간 예술은 다시 정렬된다. 글이 이미지가 되고 조형이 문장으로 돌아가는 이 연동의 경험이 이번 전시의 지향점이다.
어떤 이는 불빛 아래에서만 작품이 빛난다고 말한다. 밝은 조명 뒤에는 창작의 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조형예술이 태어나는 자리는 늘 단정하지만 않다. 톱밥 가득한 목공예실에서도, 도비왈라들의 빨래터 같은 삶의 현장에서도, 벽난로의 온기 앞에서도 예술은 자신만의 순간을 찾는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피어난 조형예술의 불씨들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비추는 자리이다. 각자의 현실에서 태어난 작품 50여 점이 하나의 맥락 안에서 새로운 대화를 나누는 광경을 기대해본다.
12월3일부터 14일까지 '서영옥이 만난 작가전'이 방천시장 내 갤러리 Moon 101에서 열린다. 책과 작품, 글과 조형이 서로의 의미를 확장하는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이 전시의 완성자다. 가려져 있던 창작의 그림자가 빛을 찾고, 읽고 본 예술이 더 넓은 의미로 확장된다면 큰 보람이겠다. 떨리는 이 시도가 또 다른 기획의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서영옥 <계명시민대학 강사, 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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