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봉 설경. 영주시 제공
비로봉 설경. 영주시 제공
소백산국립공원은 철쭉의 봄과 설경의 겨울, 그리고 능선 파노라마로 사계절 누구에게나 열린 하이킹의 표준을 제시한다. 소백산은 '능선의 산'이다. 비로봉에서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굴곡이 크지 않으면서도 조망이 넓다. 바람이 잦아드는 새벽 이후 오전 시간이 초보자에게 적당하다. 가족 동행이라면 자락길과 데크 코스를 권한다. 숲의 밀도가 높고, 표지와 쉼터가 잘 갖춰져 있어 아이들과 함께 걷기 부담이 없다.
여름철에는 희방폭포를 중심으로 한 계곡 코스가 체감 온도를 낮춘다. 폭포 소리와 수증기가 내려앉는 구간을 지나면 아이들의 걸음도 다시 가벼워진다. 물가에 내려앉아 도시락을 펼치면 계곡 바람이 식탁 위까지 따라온다. 짧은 산행으로도 '여름 휴가를 다녀온 듯한' 만족감을 주는 이유다.
가을과 겨울의 소백은 대비의 미학이다. 가을 억새는 능선의 흐름을 그대로 드러내며 산의 윤곽을 부드럽게 감싼다. 회색빛 줄기가 바람에 따라 한 방향으로 쓸려가면, 마치 능선 전체가 천천히 이동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사진 애호가들이 삼각대를 세우고 해 질 녘까지 자리를 지키는 이유도 이 시간대다.
겨울이 오면 풍경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전환된다. 눈이 쌓인 능선은 흑백 사진처럼 단순해지지만, 그 속에서 나무 한 그루, 바위 하나의 존재감은 오히려 또렷해진다. 특히 비로봉 일대는 바람결에 얼어붙은 상고대가 나무 가지마다 꽃처럼 피어, '소백산 설화(雪花)'라는 별칭을 실감하게 한다. 추위를 감수하고 새벽 산행에 나선 이들이 "한 번 보면 다시 올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소백산국립공원의 매력은 '난이도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체력에 여유가 있는 이들은 능선을 타고 종주에 나서고, 가벼운 산책을 원하는 이들은 탐방로 입구 주변의 짧은 순환 코스를 선택한다. 탐방 안내소에서 코스별 시간과 난이도를 친절하게 안내받을 수 있어 초행자도 길을 잃을 걱정이 크지 않다.
인근 도시와의 접근성도 강점이다. 영주역과 풍기역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별도의 차량 없이도 주요 탐방 코스 입구까지 이동할 수 있다. 숙박시설과 식당이 분포한 시내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튿날 새벽 첫 차를 타고 산으로 향하는 '1박 2일 소백산 패턴'은 많은 가족 여행객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소백산국립공원은 자연만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도 품고 있다. 오랜 세월 산을 지켜온 주민들은 철쭉이 가장 붉게 타오르는 시기, 눈이 가장 깊게 쌓였던 해를 또렷이 기억하며 탐방객에게 경험담을 들려준다. 국립공원 해설사와 함께 걷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식물과 동물, 지형에 얽힌 설명이 더해져 같은 풍경도 다른 깊이로 다가온다. 계절마다 열리는 작은 음악회와 체험행사는 산행을 마친 뒤 또 하나의 추억을 더해주는 장치다.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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