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육박에 정부 ‘화들짝’…주말에 범부처 긴급 간담회

  •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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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16 17:13  |  발행일 2025-12-16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 근접
환율 급등, 국민연금 전략적 사용 검토
650억 달러 외환스와프 연장 논의
수출 기업 달러 매도 유도 및 인센티브 제공 계획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이 1천479원을 찍었다. 최근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긴급 간담회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이 1천479원을 찍었다. 최근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긴급 간담회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천480원에 근접하자 정부가 주말인 지난 14일 긴급 관계장관 간담회를 소집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다만 간담회 참석 대상에 금융·외환 당국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을 비롯해 복지부와 산업부까지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최근 환율 급등에 대한 정부의 위기 의식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회의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외환 당국자들뿐만 아니라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정부가 주최한 환율 대응 회의에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까지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환시장의 주요 수급 주체인 국민연금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수출입 기업 정책을 맡는 산업통상자원부까지 한 자리에 모인 점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고환율 사태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이스란 복지부 1차관과 박동일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의 참석이다. 국민연금과 수출기업 등 외환시장의 주요 수급 주체를 포괄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시장을 향해 범부처 차원에서 고환율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천473.7원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월간 기준 최고 수준이다. 야간 거래에서는 장중 1천479.9원까지 치솟으며 1천480원 선마저 위협했다. 시장에서는 1천500원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이 선이 무너지면 고환율로 인한 수입 물가 급등, 기업 및 가계의 부담 증가, 외국인 투자 심리 악화 등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충격과 위기감이 확산되는 것은 물론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환율이 2천원까지 치솟았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불안 심리가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으로는 우선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꼽힌다.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달러를 매도하고 원화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환율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또 다른 카드로 복지부가 관할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역할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를 위해 기재부와 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킬 수 있는 '뉴 프레임 워크'를 만들 예정이다. 당장은 올해 말 만료 예정인 외환당국·국민연금 간 연간 650억 달러 한도의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 등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는 국민연금을 통한 전략적 환헤지(hedging),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비중 조정, 해외에서 외화 채권을 발행해 직접 달러를 조달 등의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에서 이같은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연금 운용 전략과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부가 참여한 만큼 수출 기업들의 달러 보유를 활용한 대응도 예상된다. 정부는 주요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펀더멘털 강화가 핵심이다. 재정건전성 제고, 수출 경쟁력 강화, 국내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원화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 부총리 역시 고환율 문제에 대해 "국내 시장의 경쟁력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게 근본 해결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금융시장에서는 내년 환율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북한 등 안보리스크를 비롯한 국내 정치 불안에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겹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 일각에서는 1천500원을 넘어 1천600원까지도 가능하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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