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돌봄 현장의 최전선에서

  •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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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21 15:44  |  발행일 2025-12-21
조윤화기자〈사회1팀〉

조윤화기자〈사회1팀〉

"누군가 갈아주기 전까지는 축축한 기저귀에 몸을 맡겨야 할 것이다. 누가 내 손과 발을 어루만져주기까지는 담요 밖으로 갑갑한 발을 빼내지도 못할 것이다."


책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에 나오는 대목이다. 노년의 삶이 얼마나 타인의 돌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책을 쓴 요양보호사이자 작가인 이은주씨는 요양원에서 돌보는 어르신을 '뮤즈'와 '제우스'라고 부른다.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한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이들이 좀 더 아름다운 세계에 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 곳에서 일하는 자신 역시 신화 속 세계에서 삶과 죽음을 돌보고 있다는 자각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노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돌봄 수요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현재, 요양보호사는 정말 필수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최근 요양보호사들이 하는 일을 실제로 곁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영남일보 사회부 직업체험 시리즈 <영남이가 간다>를 통해서다. 반나절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숙련된 기술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지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요양보호사들은 하루 종일 누워 지내는 어르신에게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두 시간마다 자세를 바꿔 준다. 어르신의 화장실 이용 시간과 배변 상태, 식사 시간과 식사량, 양치와 틀니 세척 횟수까지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일 역시 이들의 몫이었다.


이 모든 일을 억척스럽게 해내면서도 틈나는대로 어르신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요양보호사들을 보며 "이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하세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없으면 요양원은 돌아가지 않아요. 사실 청년층도 버거울 정도로 많은 힘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요양보호사들이 손에 쥐는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경우가 적잖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23년 간신히 23%를 기록했던 활동률은 지난해 22.6%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6월 기준으로도 자격 취득자는 304만4천230명에 달했지만 실제 활동자는 69만8천521명(22.9%)에 불과했다.


누구나 공평하게 늙고, 삶의 마지막에는 타인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돌봄의 최전선에 서 있는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돌봄인력 부족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쉽지 않겠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요양보호사 활동률을 높일 해법을 찾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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