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몇 년 전 영국의 한 해저 탐사단이 한 '우스운' 오징어를 발견하였다. 아직 알려진 적이 없는 종으로, 오징어가 카메라에 잡히는가 싶더니 금방 사라졌다. 다시 보니 머리와 몸과 짧은 다리를 모두 바다 밑바닥에 거꾸로 박아 숨기고 긴 다리 두 개만 식물줄기처럼 꼿꼿이 세워 놓는 것이 아닌가. 근처에 있는 육방해면류나 거대관벌레의 행동을 그대로 흉내 낸 것이다. 이 두 동물은 여러 개 관 모양으로 생겼는데 한 곳에 붙어산다. 말하자면 식물 흉내를 낸 것이다. 연구팀은 그 오징어가 포식자가 나타나 그것을 속이기 위해 위장을 했거나, 아니면 좋아하는 먹잇감이 접근하여 그것을 포획하기 위해 매복을 했다고 보았다. 이 오징어가 이 둔갑술 외에 어떤 다른 재주가 있는지는 관찰된 바 없다.
이 탐사단이 탐사한 곳은 '클라리온-클리퍼톤 단열대'라는 곳이다.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에 있는 깊이 4천~6천m 심해저평원이다. 그 면적이 대략 미국만 하다. 그 깊은 곳은 햇빛도 들지 않은 지구상에서 가장 미답의 해저다. 물론 그곳 생태계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그 탐사단은 그곳에 대량으로 널려 있는 망간단괴의 채굴이 장차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연구하던 차였다. 망간단괴란 수심 4천~6천m에서 형성되는, 망간, 니켈, 구리, 코발트 등이 엉켜 있는 광물덩이다. 니켈은 요즘 배터리 제조에 꼭 필요한 것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크게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가 탐사를 해 왔지만 상업적 채굴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망간단괴를 건지게 되면 생태계가 파괴되기 때문에 여러 나라가 니켈과 심해생태계 두 마리 토끼를 놓고 논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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