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운동하고 퀴즈 풀면서 캐시 받아요”…대구 신암동 공원서 ‘앱테크’

  • 김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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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23 22:04  |  발행일 2025-12-23
19일 대구 동구 신암동의 한 공원에서 운동을 나온 시민들이 앱에서 포인트 받기를 하고 있다. 김점순 시민기자

19일 대구 동구 신암동의 한 공원에서 운동을 나온 시민들이 앱에서 포인트 받기를 하고 있다. 김점순 시민기자

지난 19일 오전 5시50분 대구 동구 신암동 한 공원.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약속이나 한 듯 보안등 아래서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 화면을 누르고 있다. 이들은 같은 앱 이용자가 근처에 있을 때 해당 이용자의 아이콘을 클릭하면 제공하는 포인트를 받는 중이다. 포인트를 받는 표정이 게임하는 것처럼 신난다. 서로 포인트 받기가 끝나면 퀴즈풀기 등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미션에 참여한다.


"우와 대박 20원 당첨이다." "축하축하 오늘 복권사도 되겠다." 주고받는 짧은 대화에 활력이 넘친다. '꽁 먹고 알 먹고'의 속담처럼 운동도 하고 돈도 번다. 여기 모인 이용자끼리 받는 금액은 한 사람이 최대 100원 정도다. 운동이 좋아서 이른 새벽 상큼한 기분으로 만나 밤사이 안부를 묻는다. '앱테크(스마트 폰을 통해 특정 앱을 다운받거나 관련 광고를 보고 일정한 미션을 수행하면 적립금 등을 받는 것)'를 통해 받는 돈은 덤이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슬그머니 다가와 "여기서 뭐 하세요? 매일 이렇게 모이기에 궁금해서 왔다"며 묻고는 "나는 못 할 것 같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은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운동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 둘 입소문이 나면서다. 새벽 기도를 다녀오는 길, 출근길에 또는 이웃 공원에서 운동을 하다가 시간이 되면 모인다. 번개시장이 열리듯 반짝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짧은 담소를 나눈다. '돈 버는 퀴즈'를 풀면 캐시를 받을 수 있는데 서로 정답을 공유하는 오픈 채팅방도 있다.


여기에 모이는 사람들은 50대부터 80대까지 15여 명 정도 된다. 이들은 치킨 가격만큼 돈이 쌓이면 치킨을 주문해 먹기도 하고, 제과점 빵, 커피, 의류 등 포인트 사용처도 다양하다.누적 포인트가 90만원이 넘은 사람도 있다.


권모씨는 "크게 시간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돈이 생긴다. 은근 재미도 있고 적은 돈이지만 보너스를 받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며 빙그레 웃는다.


길에 떨어진 10원은 줍지 않아도 휴대폰에서 받는 10원은 큰돈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일상. 걸으면 건강도 챙기고 돈도 생긴다는 말이 아직도 어색하고 속박 받는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삶을 자극하는 동기부여나 성취감은 소소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일상의 작은 습관으로 돈을 버는 스마트폰 '앱테크'가 평범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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