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창] 애니메이션 열기와 ‘강치 아일랜드’

  •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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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24 06:00  |  발행일 2025-12-23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도 많은 콘텐츠가 등장했다. 세계적 사랑을 받은 것도 있고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사라진 것들도 있다. 희비가 공존한 콘텐츠 분야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가 '애니메이션의 부활'이다. 그동안 비주류 장르로 여겨지던 애니메이션이 부진의 늪에 빠진 극장가에서 흥행작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일등공신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이다. 한 편의 K-애니메이션이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K-팝을 주요 소재로 해서 한국의 다양한 전통·현대문화 요소를 녹여낸 이 작품은 K-컬처의 위력을 거듭 보여준 사례다. 그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문화 지형 속에서 얼마나 주목받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아울러 '케데헌'은 애니메이션 장르의 존재감을 확장했다. 여기에 '킹 오브 킹스'도 가세해 K-애니메이션의 의미를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시각특수효과(VFX) 전문가인 장성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기독교 영화인 이 작품은 지난 4월 북미에서 개봉한 뒤 화제를 모으며 '기생충'이 갖고 있던 한국 영화 흥행기록을 갱신했다. '케데헌'은 재외 한국인이 창작해서 '한국 문화 신드롬'을 가져왔지만 투자와 제작 등에서는 '우리 것'이 아니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킹 오브 킹스'는 이 한계를 메우며 성공했다. 그 비결은 K-애니메이션의 뛰어난 기술력,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한 발상의 전환 등이 꼽힌다.


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올해 콘텐츠 분야에서 애니메이션의 활약이 유난히 돋보였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나 가족 단위, 혹은 만화나 게임처럼 마니아층이 즐기는 콘텐츠로 인식되어 왔다. 물론 '겨울왕국' 등 성공한 디즈니 작품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보다 저평가돼 왔다. 그러나 올해 '케데헌'과 '킹 오브 킹스'의 성공 신화 덕분에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즐기는 콘텐츠 장르로 부상했다.


경북도는 일찍부터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다. 2016년 선보인 엄마까투리 TV시리즈를 시작으로 올해는 경북도와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 제작 지원, 픽셀플레닛이 제작한 '강치 아일랜드'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1년여 제작기간을 거쳐 지난달 5일 KBS-2TV에서 첫 방송했다. 이어 케이블방송으로 플랫폼을 넓혀 지난 10일 재능TV에서도 방영을 시작했다. 방영을 거듭할수록 인기가 높아지면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에 남획으로 멸종된 강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마법학교에 다니는 강치들이 독도와 바다를 지키는 수호 마법사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해양 소재의 스토리는 구현이 어렵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해외마켓의 수요가 높은 편이다.


특히 지난 3∼5일 열린 '2025 싱가포르ATF(Asia TV Forum & Market)'를 비롯, 해외 마켓에서 중국과 홍콩, 영국,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의 관심을 끌고 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중동권 국가 배급과 방영권 계약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한 편에는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경북도에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 소재의 애니메이션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케데헌' 열기는 우리 지역에서도 가능하다. '강치 아일랜드'의 강치들이 세계를 누비는 날을 고대하며 애니메이션의 열기도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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