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시인
거리는 거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까워지고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사람들
사계절의 모든 옷을 몸에 수납하고 혼잣말을 크게 하는 여자
여자는 돌고 있는 전자레인지 같습니다
사람들은 멀찌감치 떨어집니다
안을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데워지지도 종료되지도 않는 상태는 조금 위험합니다
아, 이건 내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깜깜해지기 위해 극장에 갑니다
깜깜한 곳은 마음껏 깜깜해지기 좋아요
마음속의 불을 식히기 위해 세상은 거리를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거리 가득 붉은 덩어리를 숨긴 사람들이 걸어갑니다. 실수로, 몸의 수납장이 쏟아질까 봐 사계절의 모든 옷이 타오를까 봐 사람들은 도시 가운데 극장을 세우고 어둠들을 모래처럼 가두어두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곳에서는 가까워지거나 멀어질 수 없습니다. 반복할 수 없습니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돌아가는 시간을 환하게 바라보는 곳. 뒤통수와 뒤통수와 뒤통수만 보면 되는 곳. 비로소 깜깜해지는 곳. 종료되지 않는 마음을 안고 한 해를 건너가고 있습니다. 누가 전자레인지 문을 열면 혼잣말들이 잘 데워진 고백이 될 수 있을까요? 아,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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