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세모에 등장한 반도체 호남 이전론

  •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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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31 06:00  |  수정 2025-12-30 14:50  |  발행일 2025-12-30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요즘 불의타(不意打)란 용어가 화제다. 윤석열 전대통령이 자신의 재판 도중 "예정에 없다가 느닷없이 결정이 이뤄진 것은 하나의 불의타"라고 언급한데서 비롯됐다. 이처럼 '불의타'란 "예상치 못한 일격" 혹은 "대비하지 못한 문제"라는 뜻으로 법조계나 수험가에서 쓰는 용어라고 한다.


최근 세모(歲暮)에 터져나온 반도체산업단지의 호남이전론은 TK로선 하나의 '불의타'가 될지 주목된다. 지역 정치권에 머물던 반도체 호남이전론이 정부 차원으로 확산된 것은 지난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의 발언 때문이었다. 그는 방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에 입주하면 전력난이 심화돼 꼭 거기에 있어야할지(고민된다)"라며 "에너지가 생산되는 곳에 기업이 가야할 텐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전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의원은 28일 입장문을 내 "정부가 드디어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에 대해 용인 지역이나 산업계에서 즉각 반발했지만, 반도체 산업을 유치하려는 호남지역의 공세는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5일 대통령실의 김용범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반도체특성화대학원의 후보로 광주과학기술원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산업통상부와 반도체설계업체 ARM은 양해각서(MOU)를 체결, ARM스쿨을 설립해 반도체 설계 인력을 약 1천400명 양성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전남 무안 출신으로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현정부의 최고 실력자 중 한명이다.


실제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반도체 전략회의에선 "광주시에 반도체 첨단패키징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을 새로운 산업거점으로 봐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발맞추려는 듯, 민주당 호남특위는 지난 15일 "광주·전남 접경지 두 곳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을 지어달라"고 제안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지난 26일 시정연설에서 "이제 이재명정부와 만난 광주는 국가 AI반도체 컴퓨팅센터 설립 등 성장할 기회를 잡았다"면서 "광주가 민주정부의 탄생을 이끈 만큼 이제는 부강한 도시로 등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동안 수도권과 충청권에 머물렀던 반도체산업이 남부지방으로 확산되는 것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만큼 수도권과 충청권 이외의 지역은 경제난이 심각한 데다 지역 간 격차는 나날이 벌어져 '국가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재명정부와 호남의 일련의 움직임에서 보듯, 호남지역은 이미 발빠르게 나아가고 있지만 TK는 여기에서도 한참 뒤쳐져 있다.


지금 TK에는 '밝은 뉴스'는 전무한 상황이다. 주요경제지표 모두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고 집값은 23주 연속 하락세이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는 33년째 꼴찌이고, 경제성장률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TK신공항은 국가 예산지원조차 받지 못해 2030년 개항이 사실상 물건너 갔지만, 광주의 군·민간 공항 이전은 본격화되고 있다. 윤석열의 불법비상계엄의 한파가 유독 TK에만 몰아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TK현역 국회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의 '자리 챙기기'에만 관심들 아닌가. TK가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이번 '반도체 전쟁'에서도 후회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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