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수갑이 채워진 채 나무를 안고 있는 한 러시아 병사의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그는 추운 1월인데도 헐벗은 채 이튿날 아침까지 나무를 안고 있어야 했다. 공격명령 불복종이 이유다. 한 병사는 목발을 짚고도 총 들고 전장으로 향한다. 지팡이를 짚은 병사도 있다. 이런 처참한 영상과 관련 사실들은 러시아군의 '고충 신고 사이트'에 올라온 것인데, 이 사이트가 실수로 5개월간 외부에 노출되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때 노출된 9천 건 중 3천 건을 분석하고 2개월간 전화인터뷰 등으로 그 신빙성을 확인하였다.
현재 러시아는 죄수, 미결수, 채무자, 외국군, 용병까지 우크라이나 전선에 밀어 넣는다. 전선은 무조건 채워야 하니까. 후한 보너스, 상해수당, 포상금을 약속한다. 골절, 말기 암, 간질, 시청각장애, 정신분열, 뇌졸중 등의 환자, 심지어 휠체어 환자까지 밀어 넣는다. 교환돼 온 포로는 물론이다.
부대 내 상납비리도 죽음을 부른다. 지휘관들이 병사의 수당 등을 갈취한다. 한 18세 병사는 동료들로부터 1만5천 달러를 모아 상납했다. 위험한 작전에는 빼 달라고. 그러나 그는 소용이 없었다. 그는 눈물을 훔치면서 '하루 이틀 연락이 없으면 이 비디오를 세상에 공개하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찍어 가족에게 보냈다. 지휘관이 그의 상납비리를 덮기 위해 자기를 표적살인 하려 한다고 했다. 그 방법은 살아오기 힘든 임무 부과, 매장, 대전차지뢰에 의한 폭사 등 다양하다. 이 통상적인 방법은 명칭도 있다. '오브눌레니예' 즉 '제로로 만들기'란 뜻. 어떻든 그 병사는 사라졌다. 지휘관은 죽은 자의 핸드폰에서 은행 잔고도 자기 계좌로 옮겨 그것까지 제로로 만든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