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눈사람 만들기와 청소년 금융교육

  • 김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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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07 14:46  |  수정 2026-01-08 15:01  |  발행일 2026-01-08
김주원 경북농협 본부장

김주원 경북농협 본부장

초임 지점장시절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진행할 때 일이다. "돈을 잘 굴리면 부자가 될 수 있어요"라고 말했더니, 한 학생이 책상위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굴리며 "선생님, 돈을 굴리는데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어요?"라고 되물었다. 어른들에게는 '돈을 굴린다'는 표현이 '저축 또는 투자'라는 의미로 쉽게 이해되지만 금융지식이 부족한 중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순간 곤혹스러웠다.


내가 꺼낸 설명카드는 '눈사람 만들기'였다. 눈사람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눈을 조그맣게 뭉쳐 굴리는 것이다. 경험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눈송이를 모아 어느 정도 크기의 눈덩이로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다. 처음이 어렵지 굴리다 보면 금방 커지는 것이 또한 눈덩이다. "작은 눈송이를 굴려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 수 있듯이 작은 돈이라도 모으고 저축하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고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굴리는 것'이 '저축하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자 많은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 굴리기 효과'는 가치투자의 귀재인 워런버핏의 투자원칙이기도 하다. 버핏은 신문배달로 번 돈 100달러로 11세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해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되었으며 '복리의 마술'을 눈덩이에 비유하기도 했다. "돈을 모으는 것은 눈덩이를 언덕 아래로 굴리는 것과 같으며, 그 언덕은 될 수 있으면 길수록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버핏이 말한 눈덩이와 언덕은 '돈을 굴리는 수단'과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금융상품 홍수 속에서 저축의 중요성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축은 '돈 굴리기'의 시작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원금이 보장되는 저축상품만 알려줄 수도 없다. '저축의 시대'는 가고 '투자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1964년 제정된 '저축의 날'이 2016년부터 '금융의 날'로 바뀐 이유이기도 하다.


'투자의 시대'를 맞아 청소년들도 금융소비자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0대 청소년의 주식투자는 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우리은행이 발표한 '청소년 라이프스타일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9명은 부모님 카드가 아닌 청소년 본인카드로 명절 용돈을 받고 있으며 청소년 10명 중 8명은 직접 용돈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른 문제도 있다. 스마트금융과 간편송금 확산 등으로 청소년들의 금융서비스 이용장벽은 현저히 낮아졌으나 보이스피싱을 포함한 금융사기와 상대적으로 부족한 금융지식으로 인한 불완전판매 위험은 성인들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 2023년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가 발표한 '청소년 금융이해력조사 결과'에 따르며 고등학교 2학년 기준 금융이해력 평균점수는 낙제점수인 60점에도 크게 못미치는 46.8점 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청소년 금융교육이 중요하다. 청소년시절에 배우고 익힌 금융지식과 소비습관은 향후 아이들이 가정을 꾸리고 경제주체로 성장해 나가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워런버핏이 강조한 눈굴리기(Snowball)가 투자의 기본이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부자가 되기 위한 재테크 교육만 시켜서도 안된다. 아이들에게 금융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시켜 주고 '건물주'가 장래희망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꿔주는 것도 금융교육의 몫이다. 어려운 영어책을 술술 읽어 내려가는 우리 아이들이 혹시라도 금융이해력이 부족한 금맹(金盲)은 아닌지도 살펴볼 일이다.


한번이라도 눈사람을 만들어 본 아이라면 워런버핏의 눈굴리기 효과를 금방 이해할 것이다. 오래전 초등학생이던 딸아이와 함께 집근처 학교운동장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굴려야 커지는 것들"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살아 있는 금융교육이었다. 11살에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한 버핏이 "눈을 굴리는 언덕은 길수록 좋다"고 한 것은 투자기간의 중요성을 설명한 것인만큼 아이들에 대한 금융교육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신나는 눈사람 만들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금융이해력이 높아지는 겨울이 되었으며 좋겠다.


김주원<농협중앙회 경북본부장·금감원 인증 금융교육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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