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의 2080 치약 제품 일부. 최근 이들 제품에서 구강용품에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 검출돼 회사가 자발적 회수에 나섰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생활필수품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강승규 기자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사는 회사원 이모(45)씨는 아침에 양치를 한후 모바일로 뉴스를 보고 잠시 멍해졌다. 전날 밤까지 사용하던 치약이 회수 대상 제품이라는 것. 이 씨는 "이미 수개월간 사용했는데 이제 와서 회수라니, 그간은 괜찮았던 건지 불안감이 들었다"며 "매일 입에 넣는 제품인데, 문제가 생긴 뒤에야 알게 되는 구조가 답답하다"고 했다.
애경산업의 일부 치약 제품에서 구강용품에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즉각 자발적 회수에 나섰지만, 반복되는 안전성 논란에 대한 기억때문에 시민들의 불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8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애경산업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치약 회수 안내문을 공지했다. 회수 대상은 △2080 베이직치약 △2080 데일리케어치약 △2080 스마트케어플러스치약 △2080 클래식케어치약 △2080 트리플이펙트알파 후레쉬치약 △2080 트리플이펙트알파 스트롱치약 등 모두 6종이다. 이 제품을 보유한 소비자는 제조일자나 구매 시점, 개봉·사용 여부, 영수증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회수 신청을 할 수 있다. 회수는 전담 고객센터나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진행된다.
애경산업은 중국 제조업체를 통해 수입·판매한 일부 치약 제품에서 보존제 성분인 '트리클로산'이 미량 혼입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트리클로산은 항균 효과가 있지만, 국내에선 구강용품에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다. 회사 측은 "사실을 인지한 즉시 출고를 중단하고 전량 회수를 결정했다"며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품질 관리와 생산 전 과정을 전면 점검해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 반응은 싸늘하다. 치약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이어서 충격파가 큰 탓이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가 쓰는 제품에서 금지 성분이 검출됐다는 점은 불안을 더 키웠다. 대구지역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미 사용한 뒤라 더 찜찜하다" "회수보다 사전 관리가 먼저 아니냐"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여기에 애경산업의 과거 이력도 거론되면서 불신이 누적되는 양상이다. 애경측은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책임 기업으로 지목된 바 있다. 이후에도 어린이용 치약 이물질 논란, 스프레이형 섬유탈취제 유해물질 논란 등에 휘말렸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문제의 성격은 달라도, 반복되는 패턴은 닮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관련 법을 개정하고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생활용품 안전을 둘러싼 시민들의 체감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기업의 자율적 관리와 사후 조치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소비자는 늘 '사용한 뒤에야 알게 되는' 위치에 놓여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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