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시인
우리는 술에 취해 무궁화
무궁화 흙바닥에 선을 죽 그어놓고
꽃이 피었습니다
내가 술래,
무궁하는커녕 나무 하나 없는 운동장에서
너희들은 내게 다가온다 한 발 두 발
시치미를 떼며
나는 노래를 부른다 전주도 후렴도 없는 첫 소절이 마지막 소절인
그러니까 반복해서 불러야 해 노래가 끝나지 않도록
놀이가 끝나지 않도록 한 소절이 이 노래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노래보다는 구호에 가까운 한 문장을
우리는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집 안에는 우리가 없다
꽃이 피는 동안만 달릴 수 있는 우리는, 세계의 모든 공포가 뒤쫓고 있는 우리는, 알고 있다. 서로를 보고 살피고 감시하는 고통과 숨이 멎을 것처럼 고요한 슬픔을, 영원한 소절처럼 반복되는 순간을, 그 영원을 붙들고 있는 노래를, 알고 있다. 또한 모래를 깨우는 바람이 불고 구름이 흘러가고 멀리서는 새가 난다는 것을. 그래서 이 시는 공포이면서 희망이고 절망이면서 그것을 이기는 연대의 순간을 보여준다. 각자의 집을 벗어나 꽃이 피고 지는 세계의 전부 속에 우리가 있다는 사실로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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