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균의 ‘지방의 눈으로 AI읽기’] 지방에 60년 대운이 온다

  • 유철균 경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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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3 06:00  |  발행일 2026-01-13
유철균 경북연구원장

유철균 경북연구원장

기계가 사람보다 똑똑해진 세상이 왔다며 떠들썩했던 때가 있었다. 2016년 3월,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였다. 바로 '알파고 모멘트'였다.


알파고 모멘트는 그 후 10년에 걸쳐 확산되었다. 그리하여 2026년, AI는 이제 나의 가정, 나의 직장, 나의 노후로 들어와 버렸다. AI 없이는 일상생활과 업무가 불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당연히 올 것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AI에 대한 반감이 뜨겁다. AI 때문에 일자리가 소멸한다고 한다. AI 격차로 글로벌 사우스가 소외되었다고 한다. 데이터 식민주의로 개발도상국의 데이터를 헐값에 가져가 학습시킨 뒤, 완성된 AI 서비스를 비싸게 되판다고 한다.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 AI가 왜 필요했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인간보다 더 빨리 달리라고 자동차를 만들었고 인간보다 더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라고 기중기를 만들었다. 당연히 인간보다 더 똑똑한 지능이 필요해서 컴퓨터를 만들었고 그 발전의 끝에 AI가 있다. 이것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사실이다.


우리는 AI 시대를 지방의 눈으로 읽는 주체적 시각이 필요하다. AI는 당연히 인간보다 더 똑똑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약자를 도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지능 민주화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지방은 지금 서울로 자원이 집중되면서 인구 소멸의 쓰나미를 맞는 약자의 처지에 있다. AI야말로 피폐한 지방을 부활시킬 결정적인 시대 변화인 것이다.


1966년 정부는 지방 공업화의 청사진을 담은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결과 서울은 급성장한 반면 지방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다는 반성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1967년 호남정유, 1968년 경부고속도로, 울산 석유화학단지, 1970년 포항제철이 잇달아 건설되었고 지방은 상전벽해의 비약적 발전을 했다.


2026년 그 지방 발전의 대운이 60년 만에 돌아왔다. 지방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지방은 철마가 출현하여 삼천리를 누빌 때 풍수 타령을 하다가 산업화를 놓친 어리석음을 반복할 수 있다. 반대로 "정보화는 늦었지만 지능화는 앞서 간다"는 각오로 수도권을 능가하는 성취를 이룰 수도 있다. 이러한 성취를 뒷받침할 지방 발전의 대운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대규모 전력 생산 지역의 절대적 중요성이다. 2026년 현재 한국은 블랙웰 기반 GPU 26만 장의 수급으로 GPU가 있고, 150조 국민성장펀드로 돈도 있고, AI 기업들도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는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력이 없다. 지방에는 전력이 남아돌지만 그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낼 송배전 시설이 없다. 송배전 시설이 있어도 문제다.


일론 머스크가 테네시주 멤피스에 건설한 '콜로서스'는 H 100급 GPU를 세계 최초로 23만 장까지 탑재한 AI 데이터센터이다. 그 결과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그리드, 즉 송전선이 최대한 짧아야 이상적으로 구동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강풍에 나뭇가지가 송전선을 건드려서 밀리초(1000분의 1초) 정도만 문제가 발생해도 AI 데이터센터는 멈추거나 GPU가 타버린다. 나아가 2024년 7월 버지니아 북부 대규모 정전, 2025년 4월 이베리아 반도 대규모 정전처럼, 연결된 전력망 전체가 '저전압 라이드스루'라는 연쇄 붕괴를 일으킨다.


결국 AI 데이터센터는 온 사이트 빌딩, 즉 발전소 현장에 건설되는 추세이다. AI 기업들은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잉여 전력 생산이 가능한 지방으로 모이게 된다. 13개의 대형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한 경북은 첨단 테크 도시로 변모하는 멤피스와 유사한 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피지컬 AI 훈련 데이터의 중요성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삼성전자, 현대차와 강남 치맥집에서의 소위 '깐부 회동'으로 AI 혁신 동맹을 체결했다. 이 동맹의 목표는 미래 기술로서의 피지컬 AI 완성이다. 몇십 조의 푼돈이 아니라 7경 3천조원이라는 세계 제조업 시장을 피지컬 AI로 공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피지컬 AI를 훈련시킬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엔비디아는 피지컬 AI를 위해 세계 최초의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코스모스'를 출시했다. 이 '코스모스'를 2천만 시간 분량의 노동 동영상과 '옴니버스'라는 자체 메타버스에서 생성된 합성데이터로 훈련시키는데 이 정도로는 모델 훈련에 턱없이 부족하다. 자율주행의 데이터는 전 세계 수백만 대의 차량에서 매일 생산되기 때문에 수집이 용이하나 특정 노동을 수행하는 로봇을 위한 모방 데이터는 수집이 어렵기 때문이다.


제조업 공장들은 매년 혁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과거의 동영상은 소용이 없다. 현재 가동 중인 공장에서 인간이 시연하는 노동의 동영상으로 모델을 훈련시키고 미세조정을 해야 하는데 이런 데이터는 제조업이 공동화된 미국이 아니라 아직 제조업이 살아 있는 한국에 존재한다. 한국의 지방에 산재된, 경북의 경우 9만9천 개에 달하는 제조업 공장들은 피지컬 AI의 R&D공장으로 변신함으로써 환골탈태의 발전을 보이게 될 것이다.


셋째는 스테이블 코인 소비력의 중요성이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달러나 금과 같은 안정 자산에 가치가 고정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일론 머스크의 '매크로하드'와 같은 100퍼센트 AI만이 근무하는 무인 회사 사례에서 보듯이 세계는 AI가 암호화폐를 가지고 경제활동을 하며 스스로 돈을 버는 AI 에이전트 자율경제로 진입했다.


한국에서 내국인은 신용카드 같은 옛 시대의 디지털 결제 수단에 안주하고 있다. 자산의 토큰화가 진행되는 이 시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것은 본국 송금 등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많이 사용하는 이주배경인들이다. 외국인 노동자 및 이주배경 거주민이 매년 1만3천명씩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경북은 그 소비력에 의해 AI 에이전트 자율 경제의 자산 토큰화 시대를 선도하게 될 것이다.


AI 시대의 전력 인프라, 피지컬 AI 데이터,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세 가지 대운와 함께 새롭게 도약할 지방 시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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