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해제지 90% ‘보전녹지’ 지정…주민들 “끝내 약속 위반” 반발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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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3 21:09  |  발행일 2026-01-13
대구시 ‘팔공산 용도지역 변경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발표
국립공원서 해제될 동구 부지 90% ‘보전녹지’ 지정
반발한 동구 주민들 14일 대구시 항의 방문 예고
팔공산 국립공원 일대 설경. 영남일보DB.

팔공산 국립공원 일대 설경. 영남일보DB.

대구 팔공산 국립공원 인근 부지의 토지 용도를 놓고 대구시와 주민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하는 과정에서 대구시가 공원구역에서 해제된 부지에 대해 인근 동구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자연녹지(제한적 개발허용)' 용도 전환이 당초 기대치에 크게 못미친 것이 원인이다. 수십년 만에 규제 완화에 따른 재산권 행사를 기대했던 주민들이 공분한 이유다.


1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는 지난해 12월30일 '팔공산 용도지역변경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공개했다. 이달 15일까지 주민의견 수렴 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절차를 마치면 팔공산 일대 토지 용도변경이 모두 매조지된다. 하지만 대부분이 사실상 개발행위가 불가능한 '보전녹지'가 대다수를 차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40여년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던 팔공산은 2023년 12월 국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재산권 행사 문제로 국립공원 구역 설정을 반대하던 팔공산 인근 주민과 일부 토지주들을 설득한 결과였다. 당시 대구시는 도립공원 구역으로 묶여 있던 팔공산 인근 부지 중 국립공원에 포함되지 않는 땅을 '자연녹지'로 설정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카드를 제시했다. 이에 토지주 등이 이 안을 수용해 국립공원 지정에 힘을 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용도변경 초안 공개 후 문제가 생겼다. 국립공원 구역에서 배제된 부지 84만㎡ 중 90.1%(76만㎡)가 당초 협의와 달리 '보전녹지'로 지정된 것. 보전녹지는 건축물 층수와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고, 식당·카페 등 근린생활시설 입점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주민과 토지주 등으로 구성된 '팔공산국립공원상생발전위원회' 측은 14일 대구시를 항의 방문키로 했다. 서정기 부위원장은 "승격 과정에서 대구시가 용도지역 완화, 도로확장 등을 시사하며 협조를 구했다. 주민들은 '초안이 나오면 판단하자'며 기다리자고 했다. 하지만 끝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시 관계자는 "해제지역 대부분이 공원과 맞닿은 접촉부다. 도시공간 질서와 토지이용 현황을 고려하면 '보전녹지' 지정이 불가피하다"며 "현재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다. 절차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했다. 지역사회에선 이번 사태를 지방자치의 신뢰문제와 결부시켰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대표는 "이번 사안은 행정이 주민을 정책 주체가 아닌 단순 '서비스 수혜 대상'으로만 여기는 주민자치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성과를 위해 주민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정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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