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지방의 프로보노

  • 정혜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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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15 06:00  |  발행일 2026-01-15
정혜진 변호사

정혜진 변호사

최근 종영된 드라마 '프로보노'를 관심 있게 보았다. '프로보노(pro bono publico)'는 라틴어로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으로, 변호사가 소외된 이들을 위해 무료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전직 판사 출신 작가가 법정물을 어떻게 그릴지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수년째 관여하고 있는 법조공익모임 나우를 통해 전업 공익변호사들의 현실을 가까이에서 보아왔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더 눈에 들어왔다.


드라마는 출세에 집착하던 판사가 최고 로펌의 프로보노 팀에 합류하면서 공익 사건을 맡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공익변호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은 억울하게 피해를 본 사람들 다 모아서 집단 소송을 하겠다며 가해 회사를 대리하는 로펌을 떠나 독립을 선언한다. 한 명 한 명 놓고 보면 돈 안되는 피해자들이지만 백 명, 천 명, 만 명 모이면 수십억, 수백 억짜리 의뢰인들이라며 성공보수로 그 로펌보다 더 높은 빌딩을 올릴 거라고 동료들에게 큰소리친다. 공익변호사로 일하면서 사무실 운영이 가능한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공익변호사들은 기관의 지원과 개인들의 후원금을 받으며 일한다. 억울한 피해자를 찾아내고, 증거를 수집하고, 소송을 제기해 최종 승소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제도적 지원 없이 공익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4만 명이 넘는 등록변호사 중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공익활동만 수행하는 공익전업변호사는 120명 남짓으로 추산되고 있다. 비율로 따지면 0.3% 정도다. 그런데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프로보노도 서울 집중 현상이 심각하다. 지난해 말 법조공익모임 나우가 발표한 '2025년 공익변호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공익변호사 70명 중 65명이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답해 전체 응답자의 92.9%에 달했다(지역 중복 응답 가능). 이 단체는 2019년 사단법인 두루의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과 공동으로 공익변호사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한 바 있는데, 당시 응답자의 74명 중 63명이 서울에서, 6명이 경기에서 활동한다고 답해(지역 단일 응답), 전체 중 93.2%가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공익변호사가 서울 및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프로보노는, 6년 전 조사 당시에는 4명이었으나(충청 1명, 경상 1명, 전라 2명), 불과 몇 달 만인 보고서 발간 시에는 전라 지역 2명만 남아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면 전라 3명, 경상 2명으로 6년 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경상 지역 2명도 대구·경북이 아닌 부산권으로 알고 있다.


억울한 피해를 입고 법의 문을 두드리고 싶지만 당장 비용과 시간을 낼 수 없는 이들이 지방이라고 없을까. 공익전업변호사로 일하고 싶어 하는, 가슴에 불꽃을 가진 법률가가 지방이라고 없을까.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일할 수 있는 환경의 문제다. 우리는 드라마 속 프로보노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도, 정작 대구·경북에 공익전업 변호사가 단 한 명도 없다는 현실에는 별 관심이 없다.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바로 지금, 우리 지역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방변호사회와 지자체,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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