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식탁 지도가 바뀐다 中]아열대 작물·스마트팜 확산…영천에서 본 ‘기후농업’의 현실과 해법

  •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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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0 16:13  |  발행일 2026-01-20
영천시 아열대 스마트팜 단지 전경<정운홍기자>

영천시 아열대 스마트팜 단지 전경<정운홍기자>

영천시 아열대 스마트팜 단지 내 신재생 온실에 포트재배 중인 애플망고<정운홍기자>

영천시 아열대 스마트팜 단지 내 신재생 온실에 포트재배 중인 애플망고<정운홍기자>

영천시 아열대 스마트팜 단지 내 신재생에너지 온실에 재배되고 있는 파파야 묘목<정운홍기자>

영천시 아열대 스마트팜 단지 내 신재생에너지 온실에 재배되고 있는 파파야 묘목<정운홍기자>

영천시 아열대 스마트팜 단지 항공사진<영천시농업기술센터 제공>

영천시 아열대 스마트팜 단지 항공사진<영천시농업기술센터 제공>

영천시 아열대 스마트팜 단지 내 신재생 에너지 스마트팜 온실의 지열·태양열 난방용 열원 공급 배관 설비<정운홍기자>

영천시 아열대 스마트팜 단지 내 신재생 에너지 스마트팜 온실의 지열·태양열 난방용 열원 공급 배관 설비<정운홍기자>

영천시 아열대 스마트팜 단지 내 신재생에너지 온실 노지재배 중인 아열대 작물<정운홍기자>

영천시 아열대 스마트팜 단지 내 신재생에너지 온실 노지재배 중인 아열대 작물<정운홍기자>

경북의 농·어업 환경은 다양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일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어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없으면 농삿일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더욱이 기후 환경 변화는 농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사과, 복숭아, 포도 등 온대성 과수의 재배선 북상은 물론 빈번해 지는 이상기후에 병해충 확산까지 재배 환경이 크게 변했다. 농업 현장에서도 작물을 바꾸고, 재배 방식을 전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틈새시장을 노린 아열대 작물 재배와 '스마트팜' 확산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 영남일보는 3차례에 걸쳐 인력 감소와 기후 환경 변화 등에 대비하는 경북의 농어업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기후변화 대응 시험장…20여 종 작목을 키우는 영천 온실


기후변화가 재배를 불안정하게 만들수록 농가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증산이 아니라 '연중 안정 생산'과 '일손 절감'이다. 영천 북안면의 아열대 스마트팜 단지는 그 해법을 실증과 교육, 창업지원으로 묶어 시험하는 공간이었다.


영천 단지는 2021~2025년 조성사업으로 총사업비 148억원(도비 50억원, 시비 98억원)이 투입된다. 사업규모는 3만9천531㎡. 온실 4개동과 연구관리관, 실습형 임대온실이 단계적으로 들어선다. 단지의 핵심은 아열대 작물 재배를 '바로 보급'하기보다, 데이터와 표준을 먼저 쌓는 것이다. 온실은 고온동과 저온동으로 나뉘어 애플망고·파파야·바나나 등과 레몬·만감류·키위·백향과 등 20여 종을 동시에 관찰한다.


온실에서 가장 눈에 띈 품목은 애플망고였다. 현장 관계자들은 단가보다 '유목기'를 먼저 말했다. 애플망고는 화분(포트) 재배로 나무 크기를 제어하며 키우는데, 3~4년차라고 해도 포트 재배는 5년 이상 지나야 수확이 안정된다는 설명이다. 묘목을 어린 단계에서 들여와 병해·생리장해를 계속 관리해야 하고, 바나나와 파파야도 지난해 여름 입식 후 생육 데이터를 축적하는 단계였다. "미래 먹거리로 볼 수는 있지만, 지금 당장 수익성만 보고 들어오면 위험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다만 현장은 스마트팜의 '비용'도 함께 보여준다. 영천 단지 관계자들은 "투자 대비 수익성 부담이 크다"고 했다. 그래서 선택지는 '과감한 전환'이 아니라 '점진적 전환'으로 모아진다. 기존 농업에 사이드로 시작해 조금씩 늘려보고, 한 번에 과도한 투자는 피하라는 조언이다. 기술을 얹는 순간 관리 변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영천 단지는 교육·임대온실·공동실증을 핵심 장치로 둔다. 2025년 아열대작물 창업교육 기본과정은 4~11월 14회(64시간) 운영돼 28명이 참여했고 20명이 수료했다. 올해는 3~11월 20회(90시간)로 확대해 30명(관내 20, 관외 10)을 교육하고, 수료생 대상 심화과정(9회 36시간, 10명)을 별도로 운영해 작목 선택과 1대1 컨설팅, 현장실습을 붙일 계획이다.


특히 2025~2026년 3천522㎡ 규모로 조성하는 실습형 임대온실은 '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공동구역 784.2㎡와 임대온실 2천737.8㎡(3개 구역)로 나뉘며, 구역당 약 912.6㎡ 수준이다. 임대기간은 2년(최대 1년 연장)이고, 입주 자격은 창업교육 기본과정 이수자 중 창업 준비자다(선정 시 심화교육 이수 의무). 유목기 동안 임대온실에서 포트 재배를 통해 키운 뒤 성목을 창업농가 온실로 옮겨 심어 소득단절 기간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단지가 제시하는 보급 경로는 '4단계 사다리'로 정리된다. 1단계는 단지에서 아열대 과수 재배를 실증하며 지역 적응성과 관리 변수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2단계는 전문교육을 통해 재배 역량을 끌어올리는 단계로, 기본교육에 이어 심화교육까지 설계해 '작목 선택'과 '환경제어 운용'을 실제 창업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3단계는 임대온실에서 유목을 키우며 소득단절 구간을 줄이고, 4단계는 창업 지원을 통해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구조다. 즉, 영천 단지는 아열대 작물을 "심어보라"가 아니라 "망하지 않게 준비시키겠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시대의 '전환 인프라'에 가깝다.


2026년에는 '농업인 제안형 공동실증재배'도 추진한다. 농업인이 심고 싶은 작목을 제안하면 단지 내 실증공간에서 기관과 함께 식재·공동 재배를 하고, 생육 데이터 분석으로 결과를 도출·공유하는 방식이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설·난방비 위험을 분산시키고, 실제 수요 기반으로 '영천 적응형' 작목을 발굴·보급하겠다는 취지다.


경북농업기술원 조영숙 원장<경북농업기술원 제공>

경북농업기술원 조영숙 원장<경북농업기술원 제공>

◆경북농업기술원 조영숙 원장 "스마트팜은 산업 구조 전환 플랫폼"


경북농업기술원 조영숙 원장은 스마트팜의 본질을 "경험과 노동 중심 농업을 데이터와 기술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환경·생육·영농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비료 공급을 자동화하고, 병해충 발생을 예측해 대응함으로써 생산성과 품질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원장은 "경북은 기후변화와 노동력 부족이 동시에 닥쳤고, 기상에 민감한 과수·시설 작목 비중이 높다"며 "스마트팜은 첨단 기술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현실적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경북 스마트팜 정책의 성과로 "연구가 현장으로 내려갔다"는 점을 꼽았다.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에서 참외·딸기 수직재배와 수경재배 모델을 개발하고, AI 영농관리 시스템 '참외톡톡'으로 영농일지 작성, 환경 분석, 맞춤 컨설팅을 지원해 의사결정을 돕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기후 대응을 위해서는 저일조기 보광재배, 이상고온기 근권부 국부 냉풍 등 '표준 재배모델'을 축적해 투자 대비 성능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인력 측면에서는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청년창업 보육과정(입문 2개월→교육형 실습 6개월→경영형 실습 12개월, 총 20개월)을 통해 2019년 이후 6기 212명을 배출했고, 이 중 105명이 경북에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방향은 더 넓다. 조 원장은 "스마트팜이 개별 기술 도입을 넘어 농업 산업 구조 전환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육·환경·영농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시스템이 스스로 제안·제어하는 AI 기반 자율형 농업을 강화하고, 수직재배·식물공장 등 공간 활용형 모델을 확대해 기후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설원예에만 머물지 않고 사과·복숭아 등 과수와 노지까지 센서·드론·로봇 기반 기술을 확산해 경북 주력 품목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장기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스마트팜은 정답이 아니라 '전환을 버티는 방식'이다. 기후변화가 재배 지도를 바꾸고, 인력 감소가 농업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경북 농업이 선택해야 할 길은 데이터로 생산을 안정화하되 과투자를 경계하고 실패 비용을 낮추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사과 주산지 한복판에서 망고가 자라는 풍경은 변화의 신호탄이었고, 그 변화가 산업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스마트한 전환 설계'에 달려 있었다. 기술만으로 농업이 바뀌지 않는다. 데이터와 사람, 교육과 보급체계가 함께 움직일 때 '식탁 지도'의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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