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농·어업 환경은 다양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일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어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없으면 농삿일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더욱이 기후 환경 변화는 농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사과, 복숭아, 포도 등 온대성 과수의 재배선 북상은 물론 빈번해 지는 이상기후에 병해충 확산까지 재배 환경이 크게 변했다. 농업 현장에서도 작물을 바꾸고, 재배 방식을 전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틈새시장을 노린 아열대 작물 재배와 '스마트팜' 확산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 영남일보는 3차례에 걸쳐 인력 감소와 기후 환경 변화 등에 대비하는 경북의 농어업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29일 경주시 내남면 신농업혁신타운에 조성된 아열대농업관 내부 모습. 경주시는 벤로형 유리온실 2동 규모의 아열대농업관 '올림'과 치유농업관 '내림'을 조성했다. 경주시 내남면 제공
◆ 100년간 1.8℃ 상승…온대과수 재배적지 점차 북상
4일 기상청과 관계 부처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 평균기온은 지난 100여년간 1.8℃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30년(1991~2020년)간 상승 폭이 1.6℃에 달해 온난화가 가속화하는 흐름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RCP8.5 기준)에선 21세기 후반 강원 산간 일부를 제외한 남한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대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북지역 역시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 변화의 영향권에 들어와 있고, 농·어업 현장에선 재배 시기·병해충·과실 품질·어종 변동 같은 형태로 체감이 누적되고 있다.
사과 생산량만 살펴봐도 변화가 뚜렸하다. 경북은 여전히 국내 최대 사과 산지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재배면적 약 2만㏊ 수준으로 전국의 60% 안팎을 차지한다. 하지만 생산량은 줄고 있다. 2024년 경북 사과 생산량은 약 28만6천t으로 2015년보다 무려 20% 이상 감소했다. 재배 면적 변동이 크지 않은데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는 점은 경북 사과 00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다.
경북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고온 스트레스와 재배 안정성 저하가 겹치면서 사과 품종 변경이나 일부 작목 전환을 검토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지역별로 기후환경이 달라지면서 과수나 작목 재배에도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10년간 지역 작목 구성이 크게 변했다. 2024년 경북 포도 생산량은 약 13만1천t으로 2015년보다 9% 이상 늘었고, 복숭아도 같은기간 16% 이상 증가했다. 줄어든 사과 생산량을 포도와 복숭아 등 다른 작물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사과, 포도, 복숭아 등 온대과수 재배적지가 점차 북상하는 있는 것은 경북 뿐 아니라 전국이 마찬가지다.
겨울 기온 상승은 온대과수의 정상적인 생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겨울철 저온요구도(저온축적량)가 충족되지 않아 발아·개화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나영은 농촌진흥청 기후변화대응과장은 최근 '기후지도로 보는 농작물 생육환경 변화' 토론회에서 "농업은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산업"이라며 "기후위기가 단순한 농업문제를 넘어 식량안보와 국민 삶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 '아열대 작물'은 늘었지만…정착은 아직
경북 시군별 아열대 작물 재배 현황
농촌진흥청 자료를 보면 국내 아열대 과수 재배면적은 2017년 109.4㏊에서 2021년 186.8㏊로 70.7% 급증했다. 농가 수도 372호→556호로 49.5%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아열대 채소 재배면적은 2017년 245.1㏊에서 2021년 125.3㏊로 48.9% 감소했고, 농가 수도 1천362호→694호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아열대 작물이 기후 대응 작목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모든 품종이 안정적으로 안착한 것은 아니다.
경북의 아열대 작물 재배 규모 역시 제한적이다. 2021년 기준 아열대 과수 재배면적은 망고 1.4㏊, 파파야 0.8㏊ 수준이며, 여주 등 아열대 채소도 소규모에 그친다. 대부분 실증·시험 재배 성격이 강하고, 본격 산업화 단계로 보기엔 이르다.
시설 투자 부담과 판로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하는 데다, 무엇보다 경북이 '완전한 아열대 기후권'이 아닌 과도기 조건에 놓여 있다는 점이 아열대 작물 재배를 꺼리는 이유다.
전익조 국립경국대 교수(스마트원예과학과)는 "기후변화로 재배 환경이 변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경북의 사과 재배가 당장 불가능해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재배지가 일부 북상하더라도 '경북이 더 이상 사과 산지가 아니다'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망고·바나나·파파야 등 아열대 작물 재배 흐름에 대해선 "틈새시장을 노린 생존 전략일 수 있지만 우리 기후가 완전한 아열대가 아닌 만큼 시설 재배 시 난방 에너지 투입이 상당하다"며 "겨울철 온도 유지를 위해 등유 등 화석연료 사용이 늘면 탄소중립 흐름과도 맞지 않고 생산비 부담도 커져 비용 대비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아열대 작물 재배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극 권장할 단계는 아니다"며 "판로가 명확하고 품종·기술 이해가 충분하며, 시설 투자 여력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 대응 농업의 핵심은 무작정 작물을 바꾸는 게 아니라 지역에 맞는 품종 선택, 재배 기술 고도화, 유통 구조까지 함께 설계하는 것"이라며 "유통이 확보되지 않으면 재배 자체가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경주 내남면 신농업혁신타운에 조성된 아열대농업관에서는 열대작물 전시와 함께 원예치유 프로그램 등도 운영히고 있다. 경주시 내남면 제공
◆ '작목 교체'가 답이 아니다…경북형 '적응 전략'이 필요
경북 농업이 맞닥뜨린 기후 환경 변화는 작목 몇 가지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선다. 기온 상승, 강수 패턴 변화, 병해충 확산, 시장 변동에 더해 농가 감소·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결국 핵심은 '무엇으로 바꿀 것인가'보다 '어떻게 버티고 적응할 것인가'에 있다.
실제 기후 요인만으로 경북 농업의 변화를 설명하긴 어렵다. 인구·노동력 구조가 먼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지방통계청과 농림어업총조사 통계를 보면 경북의 농가 수는 2015년 18만5천여가구에서 2024년 16만3천여가구로 10년 새 11% 이상 감소했다. 농가 인구도 같은 기간 41만명에서 32만명 수준으로 줄었고, 65세 이상 고령 농업인 비중은 59%를 넘었다.
일손이 줄고 생산 주체가 고령화될수록 '작목 전환' 같은 큰 변화는 더 어려워진다. 같은 충격이 와도, 대응 역량은 농가의 인력·자본·기술 조건에 따라 크게 갈릴 수밖에 없다.
이에 재배 시기 조정, 고온 내성 품종 개발, 지역별 미세기후를 반영한 맞춤형 재배 기술, 생산과 유통을 함께 묶는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또한 농업 환경에서 '기후 리스크'가 커질수록 '스마트팜' 활용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온도·습도·일사량을 조절해 기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최근에는 ICT(정보통신기술)는 물론 인공지능(AI) 까지 접목한 스마트팜이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스마트팜은 초기 투자비와 운영 기술이 장벽이다. 농가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기술 도입'이 곧바로 '소득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정책 설계의 숙제다.
김철수 경북도 스마트농업혁신과장은 "기후변화 대응은 농업대전환의 핵심 과제"라며 "경북도는 AI 기반 스마트농업을 노지까지 확대하고 청년 스마트팜 창업을 통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박종진
정운홍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