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CODE: 404’, 잃어버린 인류의 페이지를 찾아서

  • 정병수 극단 창작플레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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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2 06:00  |  발행일 2026-01-22
정병수 극단 창작플레이 대표

정병수 극단 창작플레이 대표

우리가 인터넷 서핑을 하다 가장 자주 마주치는 오류 메시지 중 하나는 '404 Not Found'다. 서버 접속에는 성공했지만 요청한 페이지를 찾을 수 없을 때 나타나는 이 코드는, 현대인에게 일종의 허무함과 단절을 상징한다. 최근 관람한 1인극 'CODE:404'는 이 익숙한 오류 코드를 인류의 운명으로 치환하며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지난 토요일 오후, 아끼는 후배가 1인극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소극장을 찾았다. 오롯이 한 명의 배우가 무대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1인극은 베테랑에게도 중압감이 큰 도전이다. 관객의 시선이 공연 내내 단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에, 작은 흔들림이 자칫 극 전체의 자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객석에 앉은 내 마음엔 응원보다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아담한 무대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채워져 공연 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막이 오르고 공기를 타고 흐르는 긴장감 속에서, 배우의 첫 호흡과 몸짓은 다소 불안해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배우는 조금씩 안정을 찾으며 극의 흐름에 몸을 실었고, 초반의 떨림은 어느덧 캐릭터의 절박함으로 승화되어 관객과 함께 호흡하기 시작했다.


공연의 배경은 2차 팬데믹과 핵폭발로 인류가 멸종한 미래다. 지구의 주인은 인공지능이 되었고, AI 연구원 '세라'는 우연한 '인간 줍기' 사건을 계기로 멸종위기종이 된 인간을 복원하려는 실험에 착수한다. 8개의 실험체를 배양하며 인간 생존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뜨거웠던 인간적인 열망을 닮아 있었다.


웹 서버 상태 코드에서 '400번대'는 클라이언트의 오류를 의미한다. 찾는 대상이 없거나 접근 권한이 없는 상태다. 극 중 세상은 인류라는 데이터가 완전히 삭제되어 복구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그야말로 '상태 코드 404'의 지구인 셈이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성'이라는 고유의 데이터를 얼마나 잘 보존하고 있을까. 인간을 연구하며 혼란에 빠지는 세라의 모습은, 가상세계에 매몰되어 진짜 '나'라는 페이지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우리의 초상과 겹쳐 보인다.


비록 시작은 떨림과 긴장이었을지라도, 끝내 안정을 찾은 그녀의 연기는 '404 오류'를 극복하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한 '200 OK(성공)' 사인과 같았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해가는 시대, 연극 'CODE:404'는 과연 인간다움은 무엇인지, 인간은 그 인간다움으로 살고 있는지 되묻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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