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모두가 경험하는 미술

  • 김은지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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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28 06:00  |  발행일 2026-01-28
김은지 독립 큐레이터

김은지 독립 큐레이터

미술이란 반드시 설명을 통해서만 이해되는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놀이처럼 먼저 경험될 때 더 오래 남는다. 지역 미술관은 이런 만남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장소다. 특별한 준비 없이도 들어가 보고 머물며,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전시장에서 의미를 해석하기보다 반응한다. 무엇이 재미있는지, 어떤 색이 눈에 들어오는지, 몸을 움직이고 싶은 공간인지를 먼저 느낀다. 그림 앞에서의 태도는 자연을 대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충분히 보고 느끼며, 질문한다. 아이들에게 전시는 애초부터 놀이에 가까운 경험일지도 모른다.


지역 미술관에서 전시와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나는 아이와 성인, 시니어가 같은 공간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만나는 장면들을 마주했다. 아이들은 몸짓과 소리로 반응했고 성인들은 각자의 취향과 생각을 공유했으며, 시니어들은 자신의 기억과 삶의 경험을 조용히 꺼내 보였다. 같은 작품을 각자만의 방식들로 경험하는 것을 보는 일은 흥미로웠다.


이 장면들은 지역 미술관이란 우리의 일상과 깊이 연대하는 장소여야 함을 보여준다. 미술을 어렵게 설명하기보다 직접 보고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익히는 공간, 지식을 전달하기에 앞서 감각을 열어두는 장소 말이다. 연령에 따라 구분된 교육보다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작품 앞에 머무는 시간이 더 중요해 보인다.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놀며 감각을 쌓아가듯 미술 역시 설명 이전에 경험될 수 있다. 공간을 천천히 걷고 빛과 색의 변화를 바라보며 재료의 질감을 마주하는 순간들. 이런 장면들은 교육이라는 말보다 놀이에 가깝고, 체험이라는 말보다 일상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지역 미술관에서 이런 방향의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시도되기를 늘 바란다. 아이와 성인, 시니어가 언제나 와서 오래도록 머무르다 갈 수 있는 전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감각을 열어두는 미술관, 특별한 날이 아니라 평소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미술 교육 말이다.


대구 지역 곳곳의 미술관들을 잘 둘러보시라. 각 세대 간의 기억과 감각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각자의 속도로 보고 느끼고 기억하는 시간들이 쌓일 때, 미술관은 지역 안에서 지속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크고 작은 미술관들이 앞으로 우리 옆에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은지<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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