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고통은 기준을 바꾼다

  •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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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1-30 06:00  |  발행일 2026-01-30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몇 해를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하며 지켜본 청년이 있다. 그는 요즘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전국의 인테리어 현장을 다니며 육체적으로 상당히 힘든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기대감과 설렘이 공존했다. 하지만 불과 몇 해 전, 그의 삶은 완전히 다른 방향에 놓여 있었다. 해외 사업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겪으며 재정적으로, 신체적으로 모두 무너졌다. 사람을 만나지 않았고 집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는 시간이 3년 가까이 이어졌다. 은둔형 외톨이의 전형적인 시간이었다. 식사량이 많지 않았지만 몸의 균형과 효율이 무너졌다. 그의 체중은 120킬로그램까지 불어 있었다. 지금 그는 수십 킬로그램을 감량하고, 새벽마다 스스로 선택한 일터로 나간다. "힘들긴 하지만 이상하게 설레요.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으니까요." 그가 말했다. 나는 물었다. "그때의 실패와 고생이 없었더라면 지금 이 강도의 삶을 견딜 수 있었을까?"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대답이 오래 남았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은 타고난 의지나 재능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한 번 통과해 본 고통이 만들어 놓은 기준이다. '힘들다'는 감정에는 절대적인 수치가 없다. 그것은 우리가 이전에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어떤 고통의 깊이를 지나왔는지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 고난을 한 번 통과한 사람은 같은 상황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고통을 통과한 사람들은 세상의 웬만한 어려움은 그 이전의 세계보다 아래쪽에 놓인다. 고통은 우리를 부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다시 쓰게 하러 온다. 프레드리히 니체는 그의 저서 '우상의 황혼(Twilight of the Idols)'에서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고통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을 새로 쓰게 도와준다. 어떤 사람은 쉽게 무너지고, 어떤 사람은 묵묵히 버틴다. 그 차이는 재능이 아니라 이전에 통과한 고난의 깊이다.


학교와 여러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이나 청년들을 만날 일이 많다. 특히 학업 중인 학생들이 "공부가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이렇게 되묻는다. "그렇다면 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할까?"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방향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문제다. 어떤 이는 편한 쪽으로만 자신을 흘려보내며 단기적인 쾌락에 항복한다. 나는 그런 상태를 '행복이 아니라 항복'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불편하고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를 관리하고 몰입하는 사람은 누적된 성취감을 바탕으로 장기적 행복을 얻게 된다. 공부는 단순한 지식 습득의 과정이 아니다.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를 감당할 수 있는 정신의 체력을 기르는 훈련이다. 시험은 지식을 측정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압박과 긴장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내구성을 갖췄는지를 점검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학업에 최선을 다한 경험이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비단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내재화하고 실생활에 활용하는 학습 역량은 중요한 사회 기술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면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무엇을 통과해 왔는가를 본다. 과정에서의 고난을 어떻게 해석하고, 그 경험을 자기 언어로 번역해냈는지가 중요하다. 존경받는 사람들은 고통을 미화하지 않지만, 그것을 재료 삼아 자신을 다시 빚어낸 사람들이었다. 젊을 때의 고생은 불운이 아니다. 누구도 대신 만들어 줄 수 없는, 오직 자기 인생으로만 쌓을 수 있는 자산이다. 지금 통과하고 있는 그 고된 시간이 바로 인생의 가장 단단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오늘도 불편한 길 위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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