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갈등의 최전선에 선 이통장…‘행정 말단’에서 ‘분쟁 조정자’로 급부상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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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03 22:22  |  발행일 2026-02-03
층간소음·주차 분쟁까지…민원 이전 단계서 갈등 막아
동네 불만을 흡수하는 마지막 완충지대, 이·통장 역할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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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체계 최전선에 있는 마을 이·통장이 최근 '마을 지킴이'를 넘어 주민 갈등 조정자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임기 2년제 명예직임에도 이들은 공식 민원을 제기하고 법정 분쟁 이전 단계에서 상황을 중재하는 등 마을공동체 균열을 막고 있다. 물론 일부는 아파트 재건축 관련 횡령사건 등에 연루되는 등 '트러블 메이커'로 인식되지만, 이른바 삶의 질 향상 욕구 확대에 따른 '민원폭주 시대'에 이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3일 영남일보 취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대구 9개 구·군에는 모두 4천74개 리·통이 있다. 이 중 실제 이·통장이 배치된 곳은 4천12곳(63곳은 공석)이다. 이·통장은 달서구(826개·현원 817명)에 가장 많았다. 이어 북구(748개·743명), 수성구(624개·현원 619명) 순이다. 농촌지역인 군위군은 182곳에 모두 이장이 배치돼 있다. 공석 비율은 남구(16곳)·북구(14곳)·달서구(9곳)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주거형태와 인구구조 차이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통장의 업무 범위는 광범위하다. 주민의 거주 변동 사항 파악, 여론 전달, 각종 시설 점검, 재난·재해 발생 시 긴급 조치, 마을 환경정비를 맡는다. 틈새·소외 계층 발굴과 긴급복지 대상자 연계도 담당한다. 행정체계 최말단에서 주민과 가장 밀착돼 있다.


최근엔 주민갈등 조정 기능이 주 임무가 됐다. 층간소음·주차 문제처럼 법적 판단 이전 단계의 사안은 이·통장이 먼저 조율하는 경우가 적잖다. 감정 대립이 격화되지 않도록 중재하고, 필요하면 행정기관과 연계한다. 다만 역할이 커질수록 지역별 부담 격차도 뚜렷해지고 있다. 신축 아파트 밀집지의 업무는 비교적 체계적인 반면, 노후 주택가나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은 생활민원과 갈등조정 수요가 집중돼 혼란스럽다. 담당 가구 수가 많거나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일수록 현장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통장 처우는 지자체 조례에 따라 정해진다. 달성군 이장의 월정(기본)수당은 40만원이다. 구 단위 통장은 동일하거나 유사하다. 명절 상여금, 분기별 활동비를 지급하는 지자체도 있다. 회의 참석이나 교육·연수 참여 시 실비가 보전된다. 재난·재해 대응 시 별도 활동비를 지급하는 지자체도 있다. 고교생·대학생 자녀를 둔 이장에겐 학자금이 지원된다. 선진지 견학이나 워크숍 등 국내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달성군 관계자는 "이·통장은 행정과 주민을 잇는 최일선에서 갈등을 흡수하는 일을 하지만, 처우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업무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수당 현실화와 활동 지원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고, 지원은 점진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이·통장 기본수당 인상은 정치적 사안과 많이 맞물렸다. 2004년(17대 총선)에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2020년(21대 총선)엔 30만원으로, 2024년(22대 총선)엔 40만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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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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