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도시 경관용 최신 트렌드 품종 튤립. 상주시 제공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광역 단위의 행정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은 분명하지만, 통합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불균형에 대한 지역의 걱정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예산, 조직, 정책, 사업 등이 대구로 집중되는 이른바 '빨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인구와 산업 기반이 약한 경북 지역이 더욱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합 이후 '빨대 효과'가 가속화된다면, 경북의 다수 농산촌 지역은 활력을 잃은 채 소멸의 경계로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합의 성공을 위해선 경북만의 지속 가능한 지역 활성화 전략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이에 지역 활성화 전략 가운데 하나로 '정원형 지역 활성화 운동'이 주목된다. 귀농·귀촌인과 지역민이 함께 지역 곳곳에 꽃과 정원을 가꿔 지역 미관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이를 관광자원으로 만들고 치유와 체험 산업으로 확장하자는 구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사단법인 한국귀농귀촌치유산업진흥원 유상오 원장(전 SH공사 미래전략실장)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꽃과 조경, 정원을 매개로 한 공동체형 사업은 귀농·귀촌인의 정착을 돕는 동시에 지역민과의 갈등을 줄이고, 치유·관광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정원을 기반으로 지역을 되살린 사례가 적지 않다. 영국의 '커뮤니티 가든'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정원을 조성·관리하며 지역 공동체를 회복했고, 네덜란드는 튤립과 구근류를 활용한 계절 경관으로 농촌 지역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탈바꿈시켰다.
일본 역시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플라워 투어리즘'을 육성해 고령 농촌에 새로운 소득과 방문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공통점은 주민 참여와 지속 가능한 관리, 그리고 지역 정체성을 살린 경관 조성이다.
국내에서도 성공 사례가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제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은 연간 430만 명이 찾는 관광 중심지로 성장했다. 특히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관람객 981만 명을 동원하며 2조841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만5천882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두는 등 지역경제 성장의 정점을 찍었다.
이 같은 시도를 펼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이 바로 경북이란 평가다. 유 원장은 "경북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어우러진 산악 경관, 낙동강을 비롯한 풍부한 수자원, 천년 고도의 역사와 유교 문화유적, 동해를 품은 해안선까지 자연·문화 자원이 입체적으로 분포돼 있다"며 "여기에 KTX와 고속도로망 확충으로 서울, 부산, 세종 등 주요 관광 거점과의 접근성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구근류 분야 선도 기업으로 평가되는 우리화훼종묘의 김재서 대표도 "일본 아이리스, 원종 튤립, 호스타 등 구근류는 관리 난이도가 비교적 낮으면서도 계절별 색감이 뛰어나 관광 경관 조성에 최적의 작물"이라며 "품종 선택과 식재 디자인만 잘 이뤄진다면, 경북의 마을과 들판, 강변과 산지는 사계절 꽃이 이어지는 정원형 관광지로 변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꽃과 정원이 만들어내는 경관이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고, 활성화된 관광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류에 관심이 높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대도시가 아닌 '한국의 아름다운 지방'이 새로운 여행 수요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K-팝과 K-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정서를 접한 이들에게 경북의 고택과 어우러진 정원, 그리고 한국 고유의 야생화가 펼쳐진 풍경은 그 자체로 독보적인 K-관광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단순히 보는 관광을 넘어, 정원에서 차를 마시고 명상을 하며 '한국식 치유(K-Healing)'를 경험하는 체류형 관광 모델로의 발전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사업 추진 주체다. 유 원장은 "행정이 주도해서는 안 된다. 귀농·귀촌인과 지역민이 연합해 만들어가는 생활 속 변화여야 한다"며 "경북의 최대 장점인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마을 단위 정원, 농가 앞 꽃길, 폐교와 유휴지 활용 정원 조성 등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경북은 통합 이후에도 빨대 효과를 극복하고 스스로 숨 쉬는 지역으로 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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