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가 먼저 움직였다”…영주 3대 전통시장, 설 대목의 온도

  •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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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11 16:48  |  발행일 2026-02-11
지난 10일 오후 설 대목장을 보려는 이들로 영주365시장이 북적거리고 있다. 권기웅 기자

지난 10일 오후 설 대목장을 보려는 이들로 영주365시장이 북적거리고 있다. 권기웅 기자

명절은 달력보다 장바구니가 먼저 알려준다. 5일장인 지난 10일 오후 영주시 번개시장 골목 입구에 들어서자 '오늘 들어온 사과' 상자가 쌓이고, 흥정 소리가 천막 아래로 튀어나왔다. 비닐장갑 낀 손들이 떡국 떡을 썰어 담는 칼끝으로 리듬을 만들었다. 건어물 가게 주인은 손님을 붙잡으며 "올해는 선물세트가 아니라 실속으로 간다"고 말했다. 가게 앞 저울 눈금이 흔들릴 때마다, 손님들 얼굴도 잠깐씩 풀렸다.


시장마다 '대목의 속도'는 조금씩 달랐지만, 과일과 건어물, 해산물 등을 가득 싣은 손수레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손수레가 사람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고, 상자테이프를 뜯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 "차례상은 기본만, 그래도 정성은 빠지면 안 돼요." 한 상인은 손님에게 '필요한 만큼' 담아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주365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은 메모지를 펼쳐 들고 동선을 짧게 잡는다. 정육점 앞엔 "갈비는 지금 고르면 손질까지 해드려요"라는 외침이 크게 울려퍼졌다. 생선 코너에선 "조기, 굴비, 오늘 물건이 좋아요"라는 말이 오간다. 상인들은 포장지 끈을 당기며 "명절 장사는 손이 아니라 발로 한다"고 웃었다. 올해는 설차례 간소화 바람이 불어서인지 상차림에 10~20만원만 쓰겠다는 손님이 많았다.


영주 도심 한 복판에 있는 중앙시장은 '대목의 전통'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준다. 골목마다 전이 익는 냄새가 번지고, 마른 나물 더미가 산처럼 올라온다. "고사리는 이만큼, 시래기는 더 잡아야 해." 할머니가 손주 손을 잡고 나물을 고르는 사이, 옆 가게에선 손질한 밤과 대추가 봉지째로 넘어간다. 떡집 앞엔 늘어선 줄이 생겼다 사라지고, 과일가게는 종이 박스를 열어 속을 보여주며 '당도'를 강조하는 상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올해는 물가가 어떠냐'는 말이 빠지지 않지만, 결국 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필요한 만큼을 담는다. 영주시 가흥동에 사는 이지선(55) 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아껴야 하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라며 두 손 가득한 장바구니를 들어 보였다.


영주365시장의 상인이 손님에게 차례상에 올릴 미역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권기웅 기자

영주365시장의 상인이 손님에게 차례상에 올릴 미역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권기웅 기자

장을 보다 발이 멈추는 곳이 있다. 바로 뜨끈한 국밥집이다. 식당 테이블엔 '장 보고 한 그릇' 하는 사람들이 모여 앉았다. 따뜻한 국물 한 숟갈에, 대목의 피로도 잠깐 내려놓는다. 영주 지역 전통시장은 3만4천원 이상 물품을 구매하면 온누리상품권 1만원을, 6만7천원 이상 물품을 구매하면 2만원을 환급해 준다. 시는 12일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 이용객 증가에 따른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통시장 안전 점검과 한파 대비 안전 캠페인을 병행할 계획이다.


김은현(57·여) 영주시 상인연합회 사무국장은 "추운 날씨의 영향도 있었지만, 예년에 비해 특히 올해는 전통시장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이 줄어든 것을 실감한다"며 "다가오는 설 명절 제수용품을 구입할 때는 전통시장을 많이 이용해서 지역경제도 살리고, 소상공인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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