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토픽] 배려의 빈틈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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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20 06:00  |  발행일 2026-02-20

지난 주말 대구지하철 3호선. 70대로 보이는 어르신이 수성못역에서 모노레일에 오르자마자 노선도를 한참 동안 올려다봤다. 고개를 가까이 들이밀었다 다시 물러서기를 반복하던 어르신은 결국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러고선 구부정한 자세로 노선도를 여러 번 찍었다. 사진을 확대해 노선도를 보려는 듯했다. 대봉교역에서 탄 어르신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젊은 이용자라면 검색창에 역명을 입력했겠지만, 스마트폰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노선도를 들여다보는 게 더 편리했다. 하지만 노선도의 작은 글씨는 고스란히 불편으로 이어졌고 어르신들은 익숙하지도 않은 스마트폰을 꺼내야 했다.


최근 대구·경북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 사이트 '대구 텐인텐'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지하철 노선도 글자 크기가 지나치게 작아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게시글 작성자는 "40대 중후반인데도 노선도 글자가 깨알 같아 안 보인다. 노선도가 최대한 가까이 가야 보이는 통에 보러간다고 자리도 몇 번 빼앗겼다"며 "60~70대는 더욱 안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은 대구보다 역이 더 많은데도 앉아서도 잘 보였다"고 짚었다.


역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어떻게 배치하고 강조하느냐의 차이라는 지적이었다. 해당 글은 많은 공감을 얻었다.


부산지역 지하철 노선도는 노선 수와 역 개수가 대구지역보다 많지만, 주요 역명을 굵게 강조해 좌석에 앉아서도 볼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하철 노선도는 단순한 지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도시가 시민을 어떻게 배려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글자 크기, 색 대비, 강조 방식은 미적 요소가 아니라 접근성의 문제다. 특히 고령층과 시력이 약한 이용자를 고려한 설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대구 역시 고령 인구 비율이 매년 꾸준히 급증하고 있다.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 가운데 고령층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작은 글씨는 단순한 불편 수준이 아닌 것이다. 대중교통은 빠르고 효율적인 이동 수단이어야 하지만, 작은 글씨 하나로 불편함이 더해져 그 흐름을 더디게 하고 있었다.


역 개수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도시가 발전한다고 볼 수 없다. 누구나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안내체계를 만드는 것 또한 도시 경쟁력이다. 노선도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확대해서 보는 어르신의 모습들은 대구시가 놓치고 있는 배려의 빈틈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남녀노소 누구나 노선도 정도쯤 보기 편하게 만드는 일, 그것이 모두를 위한 도시 경쟁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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