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읍소하는 타운홀미팅보다 중요한 것

  • 최하예 정치공동체 폴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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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05 06:00  |  수정 2026-03-05 14:20  |  발행일 2026-03-05
최하예 정치공동체 폴티 대표

최하예 정치공동체 폴티 대표

최근 전북에서 열 번째 대통령 타운홀미팅이 열렸다. 2025년 6월 광주·전남을 시작으로 대전, 부산, 강원, 대구, 경기북부, 충남, 울산, 경남을 거쳐 지난 2월 전북까지 행사가 진행됐다. 대통령의 인사말과 장관들의 지역 관련 보고를 시작으로 사전 등록·선정된 주민들이 지목되어 발언하면 대통령이 직접 답변하는 방식이다. 이재명TV와 KTV 등 주요 언론이 타운홀미팅을 생중계한다. 그 방송을 보면 한국 사회 공론장이 지닌 정치 구조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표성의 붕괴다. 참여자는 사전에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시간·이동·건강의 여건이 되는 사람들로 제한된다. 발언권도 손을 들어 지목받는 방식에 좌우돼, 지역을 공적으로 대표하기보다 즉흥적 기회가 발언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렇게 불안정한 대표성 위에서 의제와 권한의 경계도 쉽게 흐려진다. "로컬 창업가입니다", "청년 농부입니다" 같은 개인적 정체성과 경험이 곧 개별 민원으로 연결된다. 지방정부 절차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까지도 국가대표기관인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한다. "대통령이 빨리 하라고 해주십시오"라는 요청과 이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은 행정의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구조적 오해를 강화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역별 불평등과 정책 사각지대를 더욱 키우게 된다. 정부의 국정보고 역시 AI·K-푸드·신산업 같은 국가 성장 서사에 치우친다. 이번 전북 행사에서 행정통합이 빠졌던 것처럼 지역 핵심 의제가 공론장에 오르지 못하기도 한다. 지역과 중앙을 연결하는 정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까닭에 시민들은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기 어렵다. 문제 해결의 통로는 발언권을 얻는 자가 중앙 권력에 직접 '읍소'하는 방식으로 왜곡된다.


타운홀미팅의 한계는 지역에서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 공백에서 비롯된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타운홀미팅 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대의민주주의를 똑바로 세우는 일이다.


먼저, 지방의회가 '법대로' 작동해야 한다. 헌법은 국가 차원에서는 '국민'을, 지방자치 차원에서는 '주민'을 주체로 규정하며 두 영역의 민주주의가 함께 작동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의회가 예산·조직·인사 등 실질적 권한을 갖는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 지방의원 공천제 개선 등 정당의 게이트키핑 기능을 정비해야 한다.


둘째, 정치교육과 정당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정치교육은 개인과 권력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적인 과정이다. 시민은 정치적 결사체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정당은 이러한 시민의 참여를 조직하고 지역의 요구를 정치 과정으로 연결한다. 동시에 정당은 정치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기능해야 한다. 정치 영역에서도 정책·예산·행정의 전문성이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재생산되는 구조가 절실하다.


셋째,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정치 커뮤니티가 촘촘하게 형성되어야 한다. 독서모임, 토론모임, 동아리, 세미나와 같은 공간에 정치가 '한 스푼' 더해져야 한다. 이러한 공간은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한 담론을 형성하고 지역 민주주의의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든다.


지금의 타운홀미팅은 지역 정치 구조의 공백을 드러내는 장면에 가깝다. 정책과 예산은 전문성과 제도적 절차 속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지방정치는 이를 책임감 있게 수행해야 한다. 시민에게 돈 안 주고 일시키지 마라. 먹고 사는 일만으로 힘들고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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