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기자.<산업팀>
지역의 유망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대표들을 현장에서 취재하며 가장 자주 듣는 고민 중 하나는 '수도권행'에 대한 짙은 유혹이다. 본사는 대구에 두더라도 핵심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지사나 영업 본부를 서울에 두는 이른바 '반쪽짜리 지역 기업'을 택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지역의 벤처 생태계가 수도권만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사람'과 '돈'의 심각한 불일치 때문이다. 지역의 우수한 핵심 인재들은 상대적으로 보상이 적은 지역 기업에 머무르지 않으려 한다. 스케일업의 기회조차 수도권에 더 많다. 우수한 핵심 인재와 든든한 모험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된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기업과 인재 모두에게 지역 잔류는 곧 스케일업의 한계로 여겨지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연일 창업 활성화를 외치며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책의 디테일이 현장의 속도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근저에는 애초에 지향점이 다른 '벤처'와 '스타트업'이라는 두 용어가 정책 현장에서 모호하게 묶여 혼용되는 엇박자가 자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제 혜택과 같은 핵심 자금 지원이 창업 3년 이내의 초기 기업에만 일률적으로 집중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혁신 기술을 다루는 벤처기업은 태생적으로 사업 초기에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과 인건비를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가시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재무구조는 빠르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진짜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단기적인 재무제표가 나빠졌다는 이유로 오히려 각종 정부 지원 사업이나 대출 심사에서 배제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창업 3년'이라는 골든타임이 지나면, 정작 자금이 가장 필요한 스케일업 단계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정책적 사각지대가 만들어낸 '데스밸리'다.
수도권으로 향하는 유망 벤처의 짐을 풀어 대구에 온전히 정착시키려면, 천편일률적인 초기 융자 중심의 지원을 넘어선 과감하고 실질적인 '핀셋 지원'이 절실하다. 당장 기업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직접적인 인건비 지원이 그 첫 단추다. 나아가 공공조달 시장에서의 파격적인 우대 혜택도 필수적이다. 여성기업이나 사회적기업에 주어지는 수의계약 한도 증액과 같은 피부에 와닿는 혜택을 통해, 초기 기업이 판로 개척의 어려움을 극복할 든든한 버팀목을 제공해야 한다.
대구는 정밀 가공과 기계 부품 등 탄탄한 전통 제조업의 굵은 뿌리를 가진 도시다. 이 든든한 토양 위에 인공지능(AI)이나 딥테크 등 신기술을 접목하는 '혁신 벤처'가 대구에서 안정적으로 스케일업할 수 있으려면 정책의 정교한 디테일이 뒷받침돼야 한다. 수도권과의 불균형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기 위해서는 생색내기식 마중물이 아닌, 지역 기업의 아픈 곳을 정확히 긁어주는 핀셋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이동현(경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단독인터뷰] 한동훈 “윤석열 노선과 절연해야… 보수 재건 정면승부”](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603/news-p.v1.20260228.8d583eb8dbd84369852758c2514d7b37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