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청장 후보 8명 가운데 4명이 똑같이 '국민의힘 대구시당 부위원장'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 후보는 "예전에 부위원장 타이틀로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갔던 경험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권자들이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지방의원 출신 후보들조차 구의원이나 시의원 경력 보다 당직을 대표 명함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구시당의 부위원장이 무려 53명이나 되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씁쓸함을 넘어 기괴하기까지 하다. 고위 공직자 출신은 행정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00구청 부구청장' 같은 타이틀이 난무하고 있다. 대구 선거에서의 직함 경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과거 대구의 정치풍토에 대해 '고작대작 정치'라고 했다. 이 대표는 "고관대작 정치가 나쁜 게 아니라 고관대작 정치만 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근 대구의 지방선거 흐름을 보면 이 대표의 지적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방의원 출신보다 당직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는 지방자치의 자기부정이나 다름없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대의기관의 경험이 정당의 임명직 당직보다 낮게 평가받는 도시에서 지방자치를 논하는 게 말이 되는가. 후보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내가 누구였는가'를 알리는 데 골몰하다 보면 정책 대결은 실종된다. 유권자들은 후보의 비전이 아니라 명함을 보고 투표하는 '관객'으로 전락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를 위협하는 대구의 선거풍토는 '권위주의 서열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다. 과거의 이력이나 인맥을 중요하게 여기는 서열문화에선 민의보다 공천권자의 의중에 더 신경을 쓴다. 후보나 유권자 모두 마찬가지다. "좀 도와달라", "공천만 받아온나"라는 후보와 유권자의 대화가 여전히 오가는 게 대구 정치판이다. 중앙정치의 '해바라기'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대구의 보수적 서열문화가 낳은 '직함 중독'은 능력보다 계급에 방점이 찍히고, 새로운 인물의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혁신의 목소리는 "어린 게 뭘 안다고"라는 한마디에 묻힌다. 인재을 키우기 보다 검증된 과거만을 선호하는 사회에 청년들이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 대구에서 청년 정치인이나 혁신적인 전문가의 등장 보다, '올드 보이의 귀환'이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과거의 이력이 아닌 미래의 책임을 묻는 선거로 바뀌어야 한다. 언제까지 비루한 골목 안의 서열싸움만 계속 할텐가.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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