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월간 남친'이 인기다. 주인공은 '가상 연애 서비스'를 구독한 뒤 도파민 터지는 일상을 보낸다. 집, 회사, 집, 회사. 따분하기만 하던 일상은 '설렘'으로 생기있게 변해있다. 주인공은 반복되는 삶 속에 한 달 단위로 계약을 맺고, 원하는 성격의 남자친구를 선택한다.
처음 '월간 남친'의 설정을 접했을 때는 다소 판타지스럽고 유치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볼수록 우리의 일상과 닮아 있었다.
바로 주인공이 퇴근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상 서비스에 접속하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현실은 가상 세계만큼 화려하지도, 환상적이지도 않다. 동료들과 부딪히고, 예상치 못한 말 한마디에, 상황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하루 끝 그녀의 모습은 풀이 죽어 있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낯설게 느끼던 가상 속 공간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찾고 있다. 서비스에 접속하면 여러 명의 남자친구 후보들이 등장하고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 만남을 선택할 수도 있다. 화면 속 그들은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안부를 물으며 다독인다. 갈등도 없고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대화를 나눌수록 현실보다 훨씬 마음 편안한 관계로 이어진다.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 않았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화면을 먼저 켠다. 드라마를 보고, 방송을 보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반응을 주고받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을 화면 속 사람들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들보다 더 오래, 더 편하게. 또 관계를 맺기보다, 관계를 '소비'하는 방식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월간 남친' 속 가상 연애는 그런 흐름을 조금 극단적이지만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현실의 관계는 복잡하고 때로는 상처를 남기지만, 화면 속 관계는 비교적 안정감이 있다. 마음이 지치고 피로감이 드는 날 특히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드라마는 현실에서의 삶을 비중있게 다룬다. 주인공은 가상공간 속 연인을 과감히 정리하고 현실 속 사랑을 마주한다. 더 복잡하고, 더 서툴고, 때로는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관계임에도 말이다.
편안하고 안정적이기만 한 관계가 아니라, 불완전하고 서툰 관계를 다시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월간 남친이 현실 속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화면 속 관계는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위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현실 속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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