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영남일보가 입수한 '공공기관 사칭' 추정 공문. 대구 한 교회에 수천만원 어치의 소방용품 구매를 유도한 내용이 담겨 있다. 본지는 유사 피해 방지를 위해 해당 공문을 공개한다. <독자 제공>
수천만원의 금전적 피해가 발생한 '대구 구청 공무원 사칭 사기'(영남일보 3월17일자 9면 보도)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 공공기관 및 직원 사칭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사칭범이 종교기관 등 일상 영역까지 침투한 것으로 드러나 지역민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7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달 대구 수성구 A교회에 '종교시설 안전 관리를 위한 소방용품(간이소화장치) 도입 안내문'이란 제목으로 '대구광역시소방본부' 명의의 공문이 전달됐다.
본지가 입수한 해당 공문에는 "겨울철 건조한 기후로 인해 대형 화재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다음과 같은 기준을 충족하는 안전 장비 비치를 적극 권장한다"고 안내돼 있다. 이와 함께 특정 모델의 간이소화장치 도입을 권장한다는 내용과 해당 제품을 살 수 있는 업체 연락처 등이 기재돼 있다. 만약 공문에서 권장한 대로 소방용품을 도입할 경우, 교회가 부담할 금액은 2천400만원에 달했다.
A교회에 다니는 한 시민은 "공문에는 '소방용품 도입과 관련해 발생하는 발주 비용은 추후 정부 예산으로 사후 보전된다'라고 적혀 있었다"라며 "실제 대구 소방당국에서 그런 공문을 보낸 줄 알고 교회에선 거액을 들여 소방용품을 구매할 뻔 했다. 다행히 교회에서 소방본부 측에 확인 전화를 해봤고, 공문이 가짜인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사칭 사건이 지역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대구 서부경찰서에 "서구청 직원을 사칭한 인물에게 속아 4천만원을 송금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조사 결과, 한 남성이 자신을 대구 서구청 소속 주무관이라고 소개한 뒤, 관공서 납품용 물품을 대량 발주할 것처럼 지역의 한 의료기기업체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장제세동기 등 납품용 의료기기를 사들이면 의료기기를 대량 발주하겠다고 속이고 해당 업체에 대금을 송금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대구에 위치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도 최근 '사칭 범죄 주의보'를 내렸다. 취재 결과, 진흥원 임직원을 사칭한 사기 시도가 올해 5건 가량 발생했으며, 관련 사안은 경찰에 신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진흥원 임직원을 사칭한 △계약 이행 및 물품 공급 제안 △금융상품 가입 유도 등의 사례가 있다. 17일에도 진흥원 임직원을 사칭한 인물이 한 업체 측에 물품(제습기) 구매 관련 문의를 하며 접근한 일이 있었다.
진흥원 측은 "비정상적 계약 제안이나 비공식 채널(업무용 채팅방 등) 개설 등을 요구할 경우, 사칭 사기 행위로 의심된다"며 "그런 요청을 받을 경우 즉시 진흥원에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도 소방공무원 및 소방기관 사칭 범죄가 잇따라 골머리를 앓았다. 소방본부 특정 부서나 직원을 사칭한 인물이 업체 측에 연락해 소방용품 대량 구매를 문의하는 등 지난 한달에만 4건의 사칭 범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엔 대구시 직원을 사칭한 인물이 물품구매 공문서를 위조해 지역 업체에 물품 거래를 유도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같은 해 대구 출자·출연기관인 대구정책연구원을 사칭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연구원 측에 접수된 일도 있었다. 대정연으로 가장해 계약업체 측에 금융기관 관련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조성제 대구한의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진화된 형태의 '피싱(Phishing)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그 임직원을 사칭하는 것은 기관이 주는 공신력을 범죄에 활용한 것"이라며 "앞으로 그 수법이 더 교묘하고 구체화될 것이다. 시민들이 많이 접하는 소식지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공기관 사칭 범죄 사례에 대해 자주 안내하고, 범죄 수법을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꾸준히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진실
구경모(대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단독인터뷰] 한동훈 “윤석열 노선과 절연해야… 보수 재건 정면승부”](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03/5_한동훈_인터뷰_썸네일.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