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재윤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일부 예비후보자 캠프에서는 벌써 "판세가 기울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 확신이 냉정한 분석의 결과라기보다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의 착시'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선거판에서는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다. 아직 결과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캠프 내부에서는 이미 승리를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인다.
현실을 차분히 읽기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각만 모아 민심 전체인 것처럼 해석하는 자기 확신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선거 전략의 출발점은 여론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여론을 분석하기보다 여론을 만들었다고 믿는 착각이 더 흔하다. 일부 캠프는 제한된 내부 조사나 단편적 분위기를 근거로 이미 판세가 기울었다는 식의 해석을 퍼뜨린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사실처럼 확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가장 흔한 왜곡은 확증 편향이다. 유리한 정보만 취사선택하고 불리한 데이터는 외면한다. 여론조사 역시 전체 흐름이 아니라 특정 수치만 확대 해석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낙관론은 캠프 내부에서 순식간에 사실처럼 굳어진다. 문제는 이런 착각이 결국 후보에게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후보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유권자를 만나야 한다. 그러나 캠프 내부에서 이미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긴장은 풀리고 판단은 흐려진다. 후보는 죽을힘을 다해 뛰고 있는데 일부 참모나 운동원들은 이미 권력을 잡은 것처럼 행동한다. 선거판에서 종종 목격되는 '캠프 권력'의 시작이다. 정치권 인사들은 과도한 낙관론이 실제 판세를 흐리게 하고 전략 판단을 왜곡한다고 지적한다.
선거는 숫자의 싸움이다.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가 승패를 가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데이터보다 분위기가 전략을 지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일부 참모들이 만드는 과장된 승리 분위기는 후보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 이미 당선된 것처럼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상대를 얕잡아보는 태도가 나타난다. 이런 분위기는 유권자에게도 금세 읽힌다. 선거에서 가장 민감한 존재는 유권자다.
오만한 캠프는 유권자의 표정에서 먼저 감지된다. 이미 이긴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은 생각보다 크다. 더 큰 문제는 선거 이후다. 선거 과정에서 영향력을 키운 일부 참모들이 당선 이후에도 권력 주변에서 힘을 행사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캠프 권력'이 '비선 권력'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비선 권력은 대부분 선거 캠프에서 출발한다. 선거 때는 참모였지만 당선 이후 사실상의 권력 창구처럼 행동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책 판단이나 인사 문제에까지 개입하려는 모습도 나타난다.
행정은 공적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캠프 권력이 비선 영향력으로 변하면 행정의 기준은 흔들린다. 정치적 판단과 개인적 이해가 섞이면 정책 방향 역시 왜곡될 수밖에 없다. 결국 후보 자신도 위험해진다. "선거는 참모가 이기게 하지만 정치는 참모 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있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 인식이다. 캠프 내부 분위기가 아니라 실제 민심을 읽는 능력이다. 냉정한 데이터와 객관적 판단이 없다면 선거 전략은 허공을 향할 수밖에 없다.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캠프가 만들어낸 '주홍빛 희망'이 현실을 가릴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후보의 판단력이다. 선거판에서 가장 위험한 적은 상대 후보가 아니다.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아첨과 착각, 그리고 이미 권력을 쥐었다고 믿는 캠프 내부의 오만이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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