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을 안정농협 조합장. <손기을 제공>
"힘내라 친구야, 너라도 안정을 지켜줘서 고맙다"
손기을(60) 안정농협 조합장이 조합장 출마를 고민하던 때, 타지에 나가 살던 친구에게서 받은 문자 한 통은 그의 마음을 붙들었다.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지으려 하니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멋진 안정을 만들어 달라"는 짧은 문장이었다. 손 조합장은 그 문자를 지금도 조합장에 나선 이유로 꼽는다. 선배 농업인들이 지켜온 농촌에 후배와 자식 세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반, 친구들과 함께 늙어갈 수 있는 고향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손 조합장은 안정농협을 이끄는 자신의 역할을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라 지역 농업의 버팀목을 세우는 일로 본다. 현장 중심의 실무 경험과 경제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합원의 실익을 최우선에 두는 경영을 이어왔다고 했다. 농산물 판로 확대와 부가가치 제고, 농업 생산에서 유통·소비까지 이어지는 구조 개선이 그가 가장 공을 들여온 분야다. 그는 "말보다는 일로 책임지는 조합장이 되고 싶다"며 "성과와 혜택이 결국 조합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제 경영의 기준"이라고 했다.
그가 자주 꺼내는 말이 있다. "일 욕심은 내되, 주머니 욕심 없이 가겠다." 개인의 욕심보다 일에 대한 책임, 조합원에 대한 진정성을 앞세우겠다는 뜻이다. 손 조합장은 농협 사무실 안에 앉아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농촌의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고객이 찾아오는 농협이 아니라 농협이 먼저 현장과 마을로 찾아가는 '아웃바운드형 농협'을 강조한다. 조합원과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먼저 다가가 해결책을 찾는 구조가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소통은 단순히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방향은 안정농협의 각종 성과로도 이어졌다. 손 조합장은 공을 자신이 아닌 조합원과 임직원에게 돌렸지만, 안정농협은 최근 몇 년간 여러 평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23년도 종합업적평가 최우수상, 2024년도 종합업적평가 우수상, 2023년도 함께하는 조합장상 수상은 신용·경제·교육지원사업 전반에서 균형 있는 운영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특정 분야만 키운 것이 아니라 농협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는 평가다.
신용사업에서도 성과를 냈다. 2024년도 NH농협손해보험 연도대상 우수상, 2023년도 상호금융대상 우수상, 2023년도 상호금융 대출금 700억원 달성 탑 수상 등은 지역 농협으로서 만만치 않은 이정표다. 손 조합장은 이를 "숫자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는 "조합원의 재무 기반을 단단히 하고 지역민의 신뢰를 쌓아온 결과"라고 했다.
안정농협이 눈에 띄는 것은 실적만이 아니다. 손 조합장은 농협을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지역 농업과 공동체를 함께 지키는 생활 기반 조직이라고 본다. 실제로 안정농협은 농촌 인력 부족 문제 완화와 취약계층 지원에 공을 들여왔다. 안동보호관찰소와 연계해 사회봉사명령 대상 인력을 농촌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연결하는 방식은 농번기 인력난을 덜면서도 지역사회 안에서 새로운 기여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무부 안동보호관찰소 감사패를 받은 것도 이런 활동의 연장선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생활 밀착형 지원도 이어졌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이웃을 위한 집수리 지원, 마을 환경 개선 활동 등은 농협이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경진대회에서 동상을 받은 것도 현장형 활동의 성과다. 손 조합장은 "농업인, 취약계층, 지역기관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결국 한 공동체 안에 있다"며 "농협이 먼저 움직이면 지역도 함께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가 지역사회에서 특히 중요하게 보는 사업은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이다. 외국인 계절근로 인력을 체계적으로 운영해 농가의 인력 부담을 줄이고, 농작업 시기마다 안정적으로 일손을 공급하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그는 이를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농촌 인력 구조를 만드는 작업으로 설명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인력난을 농가가 개별적으로 감당하도록 놔둘 것이 아니라, 농협이 제도와 운영의 중심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다.
손 조합장이 그리는 안정농협의 미래는 '크기'보다 '강함'에 가깝다.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작지만 단단하고 경쟁력 있는 농협, 조합원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농협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경제사업으로 농업 손익을 높이고, 금융과 유통, 영농지원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를 더 촘촘히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끝에는 자식 세대가 다시 돌아와 농사짓고 살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 손 조합장은 "과거 부모 세대가 농사를 지어 자녀를 키워냈듯 이제는 자식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를 모시고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 미래가 있는 안정을 만드는 데 안정농협이 중심에 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권기웅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