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서] 불편함 속에서 절대적 자유를 찾다…박정현 작가 개인전 ‘기꺼이 불편할 자유’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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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25 14:23  |  수정 2026-03-25 18:32  |  발행일 2026-03-25
오는 4월18일까지 갤러리CNK서 열려
콘크리트 조형물·설치 작품 등 ‘불편함 속 자유’ 다채롭게 표현
지난 17일 갤러리CNK에서 만난 박정현 작가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소재로 한 자신의 작업에 대해 헌법 전문을 처음 봤을 때 상당히 추상적이라고 느꼈다며 한 문장 안에 많은 설명이 있어 해석과 접근 방식에 따라 사람들이 다양한 사유를 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지난 17일 갤러리CNK에서 만난 박정현 작가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소재로 한 자신의 작업에 대해 "헌법 전문을 처음 봤을 때 상당히 추상적이라고 느꼈다"며 "한 문장 안에 많은 설명이 있어 해석과 접근 방식에 따라 사람들이 다양한 사유를 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전시장에 들어서면 소품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 10여 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책상이나 테이블의 형상을 한 이 구조물들은 실생활에서 사용한다면 어딘가 불편할 것만 같은 모양이다. 평평해야 할 테이블 상판이 휘거나 경사가 져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 2층으로 올라가면 캔버스 위에 'LOOK' 'TO' 'DEEPLY' 'SEE'라는 단어들이 8등분 돼 있다. 온전한 단어를 보고 싶지만 가로로 잘린 글자들은 읽기에 불편함을 준다. 옆 공간에는 패널 위에 이 단어들이 나뉜 상태로 적혀 있다. 패널들은 자전거와 연결돼 자전거 페달을 굴리면 패널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잔상으로 단어를 볼 수 있다. 이 역시 전체의 일부만 보이는 불편함이 있다.


3층 전시실에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 적혀 있는데, 이것 또한 온전한 글자를 볼 수 없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가려놓았기 때문이다. 가려진 글자는 단어라기보다 기호 같아 보인다.


박정현 작. <갤러리CNK 제공>

박정현 작. <갤러리CNK 제공>

갤러리CNK가 오는 4월18일까지 L.Lucy 박정현의 개인전 '기꺼이 불편할 자유'를 연다.


경북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영국 런던 킹스턴대 공간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한 박정현 작가는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완벽하지 않은 현대인들의 내면을 조용하지만 강렬한 시각언어로 표현한다. 효율과 최적화가 미덕이 된 시대 속에서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는 '불편함'의 가치와 그 안에 담긴 자유에 주목한다.


지난 17일 갤러리CNK에서 만난 박 작가는 "지난 2023년에 이어 갤러리CNK에서 여는 두 번째 전시"라며 "이전 작업과 달리 이번엔 컬러를 적극적으로 덜어냈다. 공간 자체가 이미 아름답고 완성도 높은 건축물이기 때문에 작품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아름다운 공간 위에 살포시 얹혀 공간을 더 돋보이게 하면서 작품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을 자세히 보면 무채색처럼 보이지만, 사실 같은 콘크리트 안에서도 미세한 색 차이와 농담이 존재한다"며 "콘크리트 재료 자체의 색이며, 혼합 비율의 차이로 마블링 같은 결이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덧붙였다.


박 작가가 오랫동안 '불편함'이란 주제를 탐구하고 있는 것은 작가가 자라온 환경 때문이다.


그는 "대학 시절엔 탈색 기법을 활용한 한국화 작업을 했고, 대학원 시기엔 '가벼움에 의한 즐거움'이란 주제로 가벼운 재료와 가벼운 호흡을 활용한 작업을 했다"며 "이후 10년 넘게 불편함에 관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편함을 다루는 이유를 돌아보면 제가 과보호 속에서 자랐기 때문인 것 같다. 대학생 때까지 어머니가 학교에 데려다줄 정도로 다소 답답한 울타리 안에서 컸고, 그 안에서 벗어나 정말 자유롭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생겼다"면서 "그 마음이 불편함을 수용하고 그 안에서 절대적인 자유를 찾는 방향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부연했다.


박정현 작. <갤러리CNK 제공>

박정현 작. <갤러리CNK 제공>

2층에 설치된 참여형 작품은 불편함 속에서 절대적 자유를 찾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녹아든 작품이다.


그는 "자전거를 빠르게 돌리면 찰나처럼 글자가 보이도록 한 작업인데, 만화책을 빠르게 넘길 때 장면이 이어져 보이는 원리에서 출발했다"며 "수백 번 회전하는 순간의 찰나를 위해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려야 하지만, 그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하늘 위를 나는 절대 자유 같은 감각을 추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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