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캔터베리 대주교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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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29 19:00  |  발행일 2026-03-30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지난 25일 세라 멀랠리(64)가 영국의 106대 캔터베리 대주교에 취임했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영국국교회의 수장이면서 전 세계 8천500만 성공회 교우의 영적 지도자다. 영국 국왕의 즉위식이나 장례식도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한다. 영국 초대 대주교는 597년에 로마에서 파견되어 와 영국 왕을 개종시킨 성 아우구스티누스이다. 그 이래로 1천400년 동안 105명의 대주교는 남성이었으나 올해 처음으로 여성 대주교를 맞았다. 멀랠리 대주교는 정식 취임을 위해 런던 주교좌인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대주교좌인 캔터베리 대성당까지 140㎞를 6일간 걸어서 왔다. 이 길은 지오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의 이야기꾼들이 이동한 순례의 길이기도 하다. 취임식은 전통 예식을 따랐다. 성당 서문을 지팡이로 세 차례 두들기자 어린 학생들이 열어줬다. 165개국 성공회의 다양성을 반영하여 주기도문은 우르두어와 벰바어로, 성경봉독은 스페인어로 하고, 찬송가는 노퍽의 아프리카 성가대가 불렀다. 13세기의 대리석 '성 아우구스티누스 의자'에 승좌하는 것이 마지막 순서였다.


이번 대주교 선정은 11개월이나 걸렸다. 17명의 성직자가 참여하는 '콘클라베'는 전 영국국내정보국(MI5) 국장이 주재했다. 임명권자는 영국국왕이다. 신임 대주교의 가족으로는 남편과 자녀 둘. 원래 간호사였으나 근면성실하여 최연소 최고간호담당관까지 승진했다. '부름'을 받아 2001년에 서품을 받고 2018년에 첫 여성 런던 주교 및 상원의원이 되었다.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동성 결혼에 대한 보수·진보 간의 갈등이 첨예하다. 전임 대주교가 해결 못한 아동 성학대 추문에 대한 시비도 골이 깊게 파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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