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화업의 정수 ‘세한도’ 영남권 최초 공개…대구간송미술관 ‘추사의 그림 수업’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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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6 20:09  |  수정 2026-04-06 20:10  |  발행일 2026-04-06
대구간송미술관 7월5일까지 추사 김정희 탄신 240주년 기념 기획전
난맹첩·불이선란도 등 추사 회화 작품 총망라…제자와의 예술적 교감도 엿볼 수 있어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추사의 그림 수업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살펴보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추사 김정희 탄신 240주년을 기념해 추사의 회화적 성취를 조망하고 제자들과 나눈 예술적 교감을 이번 기획전을 통해 7일부터 7월 5일까지 선보인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추사의 그림 수업'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살펴보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추사 김정희 탄신 240주년을 기념해 추사의 회화적 성취를 조망하고 제자들과 나눈 예술적 교감을 이번 기획전을 통해 7일부터 7월 5일까지 선보인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소나무와 측백나무 네 그루가 허름한 집 주위에 서 있다. 곧게 자라난 나무들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듯 굴곡진 나무가 마치 초가 한 채를 지키는 듯하다. 화려하지 않은 집은 청렴한 선비의 모습을, 한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변하지 않는 선비의 절개를 상징한다. 여기에 먹을 옅게 쓰는 붓질은 겨울의 황량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더한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묘사했다기보다는 글씨를 쓰는 듯한 터치로 간결하게 이뤄졌다.


조선 후기 서화일치의 극치를 보여주는 추사 김정희의 걸작 '세한도'가 영남권 최초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대구간송미술관은 7일부터 7월5일까지 추사 김정희 탄신 24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 '추사의 그림 수업'을 연다. 이번 전시는 추사의 회화 작품을 총망라하는 동시에, 추사와 그의 제자들이 나눈 예술적 교감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추사는 학문과 예술을 통합한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자 조선을 넘어 동아시아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던 문화 아이콘이었다. 그는 학문과 예술이 하나로 녹아든 경지에서 예술을 바라봤으며, 극도의 절제와 생략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보 제180호 세한도(4월7일~5월10일)와 보물 난맹첩(5월12일~7월5일)·불이선란도(6월2일~7월5일) 등 추사 화업의 정점에 있는 작품들이 차례로 소개된다.


세한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세한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특히 세한도는 조선 선비정신의 상징이자 당시 동아시아의 학계와 예술계에서 추사의 위상을 보여준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1844년 유배 중이던 김정희가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그림으로, 거칠고 메마른 필치로 한겨울의 황량함과 선비의 변하지 않는 마음을 간결하게 표현했다. 이상적은 이 작품을 연경(북경)으로 가져가 청나라의 문인들에게 선보였고, 그들은 앞다퉈 존경의 글을 발문으로 남겼다.


세한도는 그동안 서울·제주에서만 공개됐는데, 이번에 처음 대구에서 전시된다. 지난 2020년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씨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뒤 서울에서 공개됐고, 지난 2022년 세한도의 탄생지인 제주도에서 전시된 적 있다. 이번엔 총 14m에 이르는 세한도 가운데 청대 문사 16명의 발문까지 포함한 약 8m 구간이 공개된다.


이랑 대구간송미술관 책임학예사는 "그간 서예를 중심으로 추사의 전시를 여러차례 해왔지만 이번 전시는 그림을 중심으로 문인화론을 소개하고, 19세기 여러 화단의 주역이었던 추사의 제자들을 조망하기 위해 마련하게 됐다"며 "추사와 관련된 초상과 추사체를 대변하는 서예작품, 추사의 회화 7점 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사소요.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고사소요.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이밖에 몇 점 남아 있지 않은 추사의 그림들도 전시된다. 쓸쓸한 나무숲을 외로운 선비가 뒷짐을 지고 홀로 거닐고 있는 모습을 그린 '고사소요'와 추사가 산수화의 모범으로 삼았던 원나라 문인화가 예찬과 황공망의 화법을 재해석한 '소림모옥'과 '소림모정', 흙에 뿌리내리지 않고 자라 지조를 상징하는 노근란을 그린 '묵란' 등도 볼 수 있다.


전시의 제목처럼 추사와 그의 제자 8인의 그림 수업도 엿볼 수 있다. 1849년 긴 유배 생활에서 돌아온 추사를 모시고 제자들이 작품에 대한 비평을 청하며 열린 품평회를 기록한 '예림갑을록'과 이 품평회에 나온 작품 24점 중 지금까지 유일하게 전해지는 '팔인수묵산수도'를 통해 이들의 예술적 교류도 짐작해볼 수 있다.


허련 외 7인 팔인수묵산수도. 리움미술관 소장.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허련 외 7인 팔인수묵산수도. 리움미술관 소장.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또 이한철·허련·전기·유숙·조중묵·김수철·박인석·유재소 등 품평회에 참여했던 제자 8인의 작품을 통해 추사와 문인화에 대한 이상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지향에 따라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조희룡을 필두로 한 추사 화풍을 이끈 핵심 인물들의 매화도를 통해, 추사화파의 예술적 성취와 변화를 확인해볼 수 있다.


백인산 대구간송미술관 부관장은 "추사와 그의 제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지향을 품고 살았는지, 또 그런 것들이 그림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통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느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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