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경계가 없는데...” 대구 방재 전문인력은 ‘각구도생(各區圖生)’ 중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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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9 20:11  |  발행일 2026-04-09
2025년 기준 대구시 및 9개 구·군 소속 방재안전직 총 20명
지자체별 각자도생식 인력 운용...단체장 의지 등 변수에 취약
대구시 중심의 광역단위 통합 인사 관리 필요성 제기

대구 재난안전 최일선을 담당하는 '방재안전직' 공무원들이 광역 차원의 통합 로드맵 부재 속에 '각구도생(各區圖生)'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재난의 규모가 커지고 유형 또한 복합화되면서 전문적인 재난 관리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상황에서, 전문인력의 체계적인 운용 및 관리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7월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발생한 침수 사고의 복구 작업이 진행 중안 모습. 영남일보DB

지난해 7월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발생한 침수 사고의 복구 작업이 진행 중안 모습. 영남일보DB

◆ 지자체장 의지 따라 '천차만별' 처우


"태풍이나 집중호우 같은 계절마다 있는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월 60~70시간은 기본으로 초과근무를 하죠.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200시간씩 찍었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어요.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은 늘어나는데, 저희는 구청마다 한두 명씩 근무하니 도리가 없습니다. 휴직자라도 발생하면 재난 업무는 그대로 마비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익명을 요청한 대구지역 A구청 소속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그들에게 주어진 살인적인 격무와 무거운 책임감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나 이태원 사고 등 사회적 대형 참사를 보면, 재난 상황 발생 시 조직은 언제나 '책임질 사람'을 찾는다. 아무리 철저히 대비하고, 대응해도 항상 징계에 대한 불안을 안고 일한다"고 말했다.


9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말 기준 대구시와 9개 구·군에 소속된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총 20명이다. 대구시청과 북구청, 달서구청에 각 3명씩 활동 중이며 동·서·남구청과 군위군청에 2명씩, 중·수성구청과 달성군청에 1명씩 소속돼 있다.


방재안전직은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관리 필요성 증대에 따라 2014년 신설된 직렬이다. 행정안전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부터 화재, 붕괴 등 사회재난까지 총체적으로 대응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재난 전문인력이다.


문제는 이들 전문인력에 대한 처우가 각 기초지자체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북구청의 경우 재난 발생 빈도가 높고 단체장 의지가 강해 소수 직렬임에도 5·6급 관리자 직급을 신설하는 등 전문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나머지 구·군청은 예산과 조직 운영상의 이유로 이들을 7~9급 하위직에만 묶어두고 있다. 이로 인해 베테랑 인력조차 비전을 찾지 못한 채 무력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살인적인 격무와 무거운 책임감도 이들을 공직 밖으로 내모는 원인이다. 방재안전직은 태풍이나 집중호우 등 재난 상황 시 월 60~70시간의 초과근무를 수행하는 것이 일상이다. 특히, 남구의 신천지 코로나19 대응이나 북구의 함지산 산불 현장처럼 긴박한 순간마다 이들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사투를 벌이지만, 정작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법적 보호 장치 없이 스스로 면책 사유를 증명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린다.


B구청 소속의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일반 행정직이 순환 보직을 통해 조직 내 활력을 얻지만, 특수직렬 특성상 안전 관련 부서에서만 근무해야 한다. 구청 내에선 승진 자리가 없어 비전도 없고, 지자체가 우리를 키우려는 의지도 부족해 보인다. 결국 승진을 포기하거나 경력을 쌓아 다른 곳으로 떠날 방안만 찾게 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대구 9개 구군 방재안전직 정원 및 현원 현황. 자료: 각 구군 재난관리실태 공시 <표=생성형 AI>

대구지역 기초단체 방재안전직 현황

대구 9개 구군 방재안전직 정원 및 현원 현황. 자료: 각 구군 재난관리실태 공시 <표=생성형 AI>

◆ 파편화된 안전망 잇는 '통합인사' 절실


방재안전직은 워낙에 숫자가 적은 특수직렬인 탓에 1명이라도 휴직 등으로 자리를 이탈하게 되면, 실질적인 전문인력이 부재한다는 문제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이에 재난 관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구시 중심의 '통합 인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은 행정 경계를 따지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구청별로 파편화된 전문 인력을 시청이 직접 채용하고 순환 배치하는 광역 단위의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것.


이지수 경일대 교수(소방방재학부)는 "방재안전직은 재난 체계에 대한 이론적 지식과 전문성을 통해 빠른 판단과 대응이 가능한 전문인력"이라며 "인원 자체가 너무 적다 보니 기초단체에 한 명씩 고립돼 있다. 지금의 구조는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고, 조직 전체의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광역 단위 인사를 시행하고, TO(정원)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최근 '재난·안전분야 책임성과 역량 제고를 위한 조직·인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재안전직 등 격무 부서 근무자에게 월 최대 24만원의 수당을 추가 지급하고, 지자체 실무직 공무원의 근속 승진 소요 기간을 2년 단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긴급 상황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 대응하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징계를 면제해 주는 '적극행정위원회 면책 특례'도 신설해 압박을 덜어주기로 했다.


지난해 9월17일 정부가 내놓은 중앙부처·지자체 재난안전 역량 강화 방안. <행정안전부 제공>

지난해 9월17일 정부가 내놓은 중앙부처·지자체 재난안전 역량 강화 방안. <행정안전부 제공>

다만, 중앙정부의 지침이 현장에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행안부가 지자체에 방재안전직 비중 확대와 전담 인력 보강을 권고하고 있으나, 인력 충원과 인사권은 여전히 각 지자체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시 방재안전직은 3명이지만, 2명은 임시직이다. 9개 구·군도 총 정원이 26명임에도 실제 17명만 운용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전년 대비 1명 줄어든 실정이다.


대구시 유영선 자연재난대응팀장은 "재난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재난은 지역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광역 단위 대응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인력도 지속적으로 확충하려 한다. 인사과와 협의해 광역 단위 순환 보직 등 통합 인사 방향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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